어제는 아침부터 종일 식물들이 좋아할 평화로운 비가 내렸지요.
남편은 다시 '의지의 한국인'이 되었습니다.
시험 문제를 내겠다더니 비가 아까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옷을 입고 아래채 앞 마당에 잔디를 심었습니다.
들락날락 하면서 뒷일을 해주다 어느 순간 집안에 있는데 내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마당에 있는 남편입니다.
전화 속에서도 가만히 말합니다. "거실 창문 앞에 있는 열개창 걸쇠를 보시오!"
유리창으로 보이는 광경이 가관입니다.
거실 맨 바깥의 한지창을 들어 걸기 위해 매달아 놓은 말굽 모양의 걸쇠 위에 제비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습니다.
유리창문을 살며시 열고 찍다가 현관 밖으로 나가니 그 옆의 걸쇠에 또 한 마리가 앉아 있습니다.
혼자 있던 한 마리가 옆으로 날아가서 세 마리가 함께 앉았습니다.
그 사이 우리집 어디에 집을 지어 새끼들을 얻었는지 저 세 마리 새끼들에게 어미가 열심히 모이를 물어다 주었습니다.
모이를 받아먹는 모습을 찍으려고 다가갔더니 어미새가 위험을 느꼈는지 난리입니다.
아빠새까지도 와서 야단입니다. 빨리 카메라를 맞추었어야 했는데....
순식간에 새끼새들이 날아갔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쳤습니다. 애석했지만 날아간 놈들을 어쩔 수가 없었지요.
현관 앞 윗마당에는 묻기 싫어하는 남편이 자기 생각대로 아들과 함께 며칠 동안 틈틈이 잔디를 이렇게 심었습니다.
잔디 온장을 세 등분하여 줄맞추어 나란히 심었지요.
라일락 나무 주위에 고사장님이 씨를 뿌린 한련화가 한창입니다.
이것은 두 단계의 충고를 접수하고 온장 그대로 심은 것입니다.
들어열개창 걸쇠가 새들의 쉼터가 되는 건 좋은데 그러고 나면 그 아래 뜨락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처마 밑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보니 마당 주변으로 새가 수두룩 합니다.
심지어 지붕의 수키와 밑으로도 새가 들락날락 입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상상도 못한 모습이지요.
내가 사는 집이 새들의 놀이터가 된 것이 신기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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