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풍광 및 짓는 과정

한옥 짓는 모습<열두번째> - 회 미장을 마치다!

가 을 하늘 2007. 12. 28. 14:10

 

14일부터 비닐옷을 입고 있던 집이 이제 벽체가 다 되고 천정 회 미장이 끝나서 옷을 벗었습니다.

문이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문이 들어갈 부분에만 비닐을 쳐놓았지요.

한 가지 한 가지 공정마다 생각보다 훨씬 시간이 길게 들었습니다.

감독하시는 분이 워낙 빡빡하게 다그쳐 가면서 일을 해도 한옥이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 것 같습니다.

 

 

 

 

 천정 작업이 마무리되고 받침대(아시바)를 걷어내기 전날 밤에 찍은 사진입니다.

14일부터 26일까지 처음에는 바닥의 난로 앞에서, 나중에는 받침대 위가 따뜻하여 거의 다락방처럼 그 위에 앉아서 놀았지요. 보름 가까운 기간 동안 처음에는 저녁에 몇 시간씩 보초 서는 것처럼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저는 그동안 보고싶었던 최명희씨의 '혼불'을 읽고 정선생은 매일 구석구석 미진하다 싶은 곳을 손보면서 놀았습니다.  

 

 

 

 

이곳은 본체 뒤로 겹처마를 댄 곳으로 화장실과 드레스룸, 다용도실이 들어오는 곳입니다.

요즘 지은 한옥을 가보면 천정 내부 작업(흙 바르고 회 미장하는 일 - 우리도 꼬박 6,7명이 하는데도 13일이 걸렸고 인건비로 해도 큰돈이지요)을 흙 대신 위의 사진처럼 서까래와 서까래 사이를 나무 판재를 대어서(이것을 개판이라고 한답니다) 해결한 집이 꽤 되지요.

그렇게 하면 거꾸로 매달려서 하는 작업도 필요없고 기와를 이는 작업도 아주 수월해지지요. 물론 돈도 훨씬 적게 들 것입니다.

심지어 문화재 복원한 곳에도 그렇게 해서 한옥의 나무와 회의 어우러짐을 내부 천정에서는 볼 수가 없는 곳이 있었습니다.

일을 맡은 건축업자는 당연히 그렇게 하고 싶어하고 주인들이 모르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집은 정선생이나 저도 또 고사장님도 개판을 하지 않는다고 했었는데 중간에 대목과 기와 맡으신 분이 자꾸 권하여 다용도실쪽만 이렇게 개판을 했지요. 그런데 결국은 마음에 안 들어 개판한 나무 아래로 흙을 바르고 회를 바르기로 하였습니다. 이중일이 되었지요. 위 사진의 모습은 나무에 흙이 잘 발리도록 하기 위하여 플라스틱 망같은 것을 나무에 붙인 모습입니다. 그래서 혹 앞으로 한옥을 짓는 분에게 절대 개판하지 마세요! 하고 외치기로 했습니다. 

 

 

흙 바르고, 회 바르고, 그리고 나무에 묻은 흙과 회를 다 닦아내고 천정 작업을 13일을 하고난 뒤에 이 받침대를 철거했지요. 

 

 

 전돌 부분도 집 주변의 봉당에 돌을 놓고 나면 회를 발라야 하기 때문에 보기좋게 정리를 하였습니다.

 

 

집을 짓는 동안 정선생이 수십장의 설계도를 그리고, 추위에 대비하여 몸으로 흙작업을 하는 동안 제가 한 일은 저녁에 같이 보초 서고, 사진 찍어 올리고, 여러 가지 잔걱정 하고 그리고 한 가지를 더 했습니다.

목욕탕 타일 중 중간에 장식띠로 전체를 한 바퀴 돌리기 위하여 도자기 페인팅으로 가로세로 5cm 크기의 타일을 130개 만들었지요. 한 달 반 정도 꼬박 걸렸습니다. 우리집 이름과 그 의미, 그리고 사계절에 해당하는 귀여운 그림들을 그렸습니다. 마침 성당의 성탄절 기념 전시회가 열려서 그때 전시를 했던 사진입니다. '희호재'라는 집 이름과 의미도 제가 붙였지요. 

 

 

 26일 밤 임시 다락에서 마지막 내려오면서 한 컷을 찍었습니다.

 

 

 

 음력 17일의 둥근달이 마당에서 올려다본 하늘에 떠있었습니다.

 

 

 27일 오후에 내부의 모든 걸 치우고 보일러를 깔기 위한 기초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또 한 공정이 끝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