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여행,함께하기

가을날의 서울나들이

가 을 하늘 2022. 10. 19. 21:33

이삼 주 전 신문에서 80세가 된 박정자씨가 출연하는 연극 ‘러브레타’ 공연 소식을 보았습니다.
마침 친구와의 약속이 있어 이참에 연극을 보아야지 생각했지요.
연극은 시작도 하기 전에 꽤 매진이 되어 원하는 날짜, 원하는 시간의 표를 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저녁 공연을 보고 친구 집에 가서 하루밤을 자기로 해서 일박이일의 여유로운 나들이를 하였지요.

종로3가 역에서 친구를 만나 먼저 ‘사진위주 류가헌 갤러리’에 가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습을 담은 <안해룡, 이토 다카시 사진 영상전 : 말하여진 것들과 말해지지 않은 것들>이란 사진전을 보았습니다.


사진전엔 남과 북의 할머니가 서로를 얼싸앉는 사진을 저렇게 잘라 뚝 떨어진 앞뒤 벽으로 나누어 붙여 놓았지요.)


짧은 전시회 기간에 맞추어 다행이었는데 할머니들의 사진과 할머니들이 남긴 말들을 하나하나 읽다가 결국은 눈물을 훔치며 보아야 했습니다.


류가헌 지하 전시장 한쪽 벽면엔 온통 사진책들이 이렇게 꽂혀 있어 다음에 ㄴㅁㄲ과 함께 오면 좋겠다 생각했지요.


점심을 먹고는 부암동의 ‘커피 소마’를 갔습니다.
이곳은 아들이 커피 공부를 한 곳인데 아들이 내려오기 전에 미처 가보질 못해서 가보고 싶었지요.
안동을 두 번이나 다녀가셔서 인사도 하고 싶었구요.
커피(에스프레소 마끼야또와 과테말라 핸드드립, 티라미수까지)를 정말 맛있게 내려주셨는데 그 때문에 이틀 동안 서울 다른 곳에서 마신 커피는 커피 같지가 않았습니다.


저녁 먹고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러브레타’를 보았습니다.
남녀 두 배우가 자리에 앉아 50년 간 서로에게 보낸 편지들을 읽는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자신이 쓴 편지를 읽는 목소리, 표정, 손짓 등으로 그때그때의 감정을 잘 표현해서 빠져들게 하지요.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밤길을 같이 걸어 친구 집에서 편안히 잤습니다.
다음날에도 전날 제대로 쏘다니지 못한 부암동으로 다시 갔지요.


먼저 언덕을 걸어 올라가 본 정원이 넓은 목인박물관 목석원입니다.
도시락 쟁여 와서 느긋하게 놀다가고 싶은 곳이었지요.
옥상에서 바라보이는 북한산(?)


이런 예쁜 골목들도 헤매고 다녔지요.


박노해사진전에도 갔습니다.
전쟁 속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의 모습이 많았습니다.


전에 갔던 통인시장도 가고 어둠이 내리는 인사동 입구에선 축제 시작일이어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도 있어 재밌었습니다.
인사동에 조금 더 일찍 가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10시 마지막 기차를 타러 가야했습니다.
이틀을 놀고도 아쉬웠지만 이제 아침 기차로 가서 10시 마지막 기차로 내려오는 여유로운 서울 나들이를 알게 되었고,
친구와 이틀을 온전히 보내고 와서 마음이 부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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