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이건 깨알 자랑입니다.

가 을 하늘 2021. 6. 21. 11:57

그저께 잘 아는 분의 서각 전시회를 보러 ㄴㅁㄲ과 함께 상주를 다녀왔습니다.

아주 열정적인 국어교사로, 전교조 해직교사로, 또 작은학교살리기에도 앞장서신 분이어서 누구라고 하면 아시는 분도 계실테지만...

제게도 그 분과 함께 했던 좋은 기억들이 조금 있지요.

퇴직 후 몇 년 동안 해오신 서각 작품들을 상주의 작은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마침 갤러리 주인장도 오래동안 못 만난 분이어서 겸사겸사 갔습니다.

 

오래 전 형제분들과 흙집을 예쁘게 지어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던 갤러리 주인장은

재주많은 미술교사로서의 끼를 퇴직 후 마음껏 발휘하고 계셨지요. 

계곡을 낀 땅을 사서 '포플러나무 아래'라는 갤러리를 열고는 마당과 실내에

바위와 쇠(용접기술로...), 그리고 목공들로 어우러진 작품들로 볼거리들을 잔뜩 놓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각 전시회는 나무의 자연스런 모양과 결을 대부분 살려 글과 그림들을 새긴,

만드는 분의 마음이 그대로 들어있는 작품들로 채워져 있었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갖고 싶은 적당한 크기의 작품들은 다 판매가 되어 '예약'이라고 붙어 있었지요.

오직 남아있는, 마음에 드는 한 작품에는 '비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쓰시던 도마에다가 서각 초기에 새긴 (각별한 것이어서) 팔 수가 없다고 붙어 있었지요.

 

그런데 우째우째 해서 제가 그것을 가져오게 되었답니다.

ㄴㅁㄲ이 우리집에 오래 된 헌집 뜯은 고재가 몇 장 있다고...

난 사고싶은 건 다 팔리고 저 '비매'만 남았는데 저건 못 팔겠지요? 하고...

그러다 그럼 어머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고재 몇 장 주고 가져가라고...

ㄴㅁㄲ은 귀한, 그것도 안 팔려던 작품을 그냥은 못 가져가니 자신이 사주겠다고....

 

갤러리 주인장은 VIP 손님이라고 용접 작업실과 목공 작업실, 만드는 중인 개인 전시실도 보여주어

이래저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니 5시가 다 되었는데 ㄴㅁㄲ은 밭에 고추끈을 마저 묶으러 가겠다고...

잘 다녀오라고 했더니 전시회도 같이 가고, 작품도 사주었는데 밭에도 같이 안 가냐고?

앞으로 열흘은 같이 가야 하지 않겠냐고?

 

그래서 같이 가서 어두워질 때까지 또 노역을 했습니다.

 

오늘 위의 두 분이 고재를 가지러 오신다고 해서 어제밤에 작품을 걸었지요.

한옥에는 한옥창과 문들로 벽에 뭘 걸 공간이 없어서 그동안 거의 걸지를 않았습니다.

걸 곳을 찾으니 거실에 한 자리, 공부방에 한 자리가 있었지요.

그래도 거실엔 ㄴㅁㄲ의 사진작품을 걸어야 할 것 같아서 공부방 벽에 가져온 작품을 이렇게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