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천지가 개벽할 일이 두 번이나...

가 을 하늘 2021. 4. 28. 00:15

두어 주 전 막내시누이에게서 택배가 왔습니다.

봄날을 가득 담은 손편지와 함께 천혜향, 영양제, 화장품에 남방과 티셔츠까지 챙겨 보내왔지요.

결혼하고 37년이 지날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 저녁에 ㄴㅁㄲ에게 말했습니다.

"천지가 개벽할 일이 생겼다."고요.

 

 

그때는 바람재에 올릴 생각은 못 했는데 이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이제 날짜가 바뀌었으니 말해도 될까요? 어제가 제 생일이었답니다. ^^

아침에 ㄴㅁㄲ은 나가면서 농담을 했지요. "천지가 개벽할 일은 또 없어?"라고요.

 

그런데 점심 때가 되기 전에 택배가 왔습니다.

어머님이 제 생일과 며칠 뒤에 있을 ㄴㅁㄲ의 생일을 위해 난생 처음 아이스박스 가득 선물을 보내셨지요.

점심 먹으러 온 ㄴㅁㄲ에게 말했습니다.

"천지개벽할 일이 또 일어났다."구요.

 

 

뭐뭐 보내셨는지 설명할까요?

양념에 재운 갈비 두 봉다리, 곰국 세 봉다리, 제가 좋아하는 미역국 새알, 손질 다 하신 조기 다섯 마리,

희호재표 콩으로 만든 청국장, 돼지고기 두어 근, 참기름 한 병, 그리고 빻은 마늘까지...

 

 

게다가 예쁜 스카프와 5만원권 4장까지...

전화 통화 끝에 어머님은 돈은 콩농사 짓느라 고생한 아들을 주라고 하셨지요. ^^

분명히 전해 주었는데 우째우째 해서 3장은 다시 제게로 왔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외식이 어려우니 돈으로 떼운다고 농담을 덧붙여서요.

 

사실 생일에 전 ㄴㅁㄲ이 미역국을 끓여주기를 바라지요. 

근데 그건 아주 쉽고도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

더러더러 이 핑계 저 핑계로 돈으로 떼우지만...

그저께 늦은 밤에는 밭에서 일하고 와 피곤할텐데 미역국을 한 냄비 끓여놓아 어제 종일 맛있게 먹었습니다.

 

자랑이 너무나 길어졌습니다. 돌팔매 날아올 것 같습니다. ^^

 

 

그저께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희호재 옹가지 속에서 온종일 놀고 있었습니다.

안 나오는 게 아니라 못 나오는 걸까 싶어 오후 늦게 건져서 풀 속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