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ㄴㅁㄲ은 목하 연구 중 (2탄)

가 을 하늘 2021. 1. 13. 22:50

두 사람 다 퇴직을 했지만 여전히 할 일도 많고 하고싶은 일도 많지요.

ㄴㅁㄲ은 별일 없으면 하루를 아주 단순하게 씁니다.

오전엔 장터 사진을 찍고, 오후엔 마당에서 일하고, 그리고 저녁엔 사진 정리를 하지요.

지난 해엔 희호재 마당에 고추, 마늘, 토란, 땅콩, 고구마에 이어 배추, 무, 파, 상추, 시금치 등등의 농사를 지었습니다.

 

거기에다 집에서 차로 13,4분 거리에 있는 그 땅을 샀으니요.

언젠가는 집을 짓겠지만 대지가 아닌 밭이어서 그때까지는 농사를 지어야 합니다.

그래서 농지원부를 만들고 농협 조합원도 되었습니다.

그리고 트럭도 샀지요. 15년 탄 제 차와 아쉽게 헤어지구요.

그냥 뿌려놓고 거두는, 들어간 돈만큼만 수확하면 되는 쉬운 농사만 지으면 되지 했는데 일이 점점 커졌습니다.

 

토담(식당 이름) 아자씨를 비롯하여 다들 콩 농사가 제일 수월하다고...

그래서 콩을 380평에 심었지요.

 

아, 심기 전에 정말-- 정말로 일이 많았습니다.

경계 측량을 하고, 땅을 반으로 가르고,

축대를 쌓고, 경계 따라 산짐승을 막는 울타리를 치고,

위쪽 토담 아자씨 땅 일부가 산이어서 거기서 파낸 흙을 아래쪽 우리 땅에 갖다 붓고,

덕분에 밭은 흙 반, 돌덩어리 반인 땅이 되어 포크레인으로 돌을 골라 내고,

그러고도 ㄴㅁㄲ 혼자 한 달 넘어 걸려 잔돌들을 골라내어 밭 끝으로 정리하고,

밑거름으로 산 소거름을 또 혼자서 다 펴고 섞어주고,

언제 끝날지 모를, 그야말로 은근과 끈기를 요하는 일을 ㄴㅁㄲ은 지난 봄에도 해냈지요.

 

땅을 뒤집을 때마다 돌이 나왔지만 골을 타고, 비닐 씌우고...

넘에게 묻는 일, 빌리는 일을 절대로 싫어라 하는 ㄴㅁㄲ인지라 그래서 트럭도 샀지만

결국은 우리집 관리기로는 안 되는 비닐 씌우는 일을 위해 토담 아자씨 낡고도 낡은 관리기를 빌려서 썼지요.

기계가 주인을 알아본다고 한나절 쓰는 동안 그 관리기의 엔진인지 뭔지가 말썽을 부려서

농협 농기구 수리점에 세 번인가 왔다갔다 한 이야기를 듣는 날은 제 머리에서도 막 김이 나는 것 같았지요.

 

그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콩을 넣었습니다.

콩 넣고 비가 제대로 안 와서 콩 안 쓸려 내려가도록 가만가만 물 주는 일도 장난이 아니었지요.

그래도 안 올라온 곳엔 1,2차 보식도 하고....

그래서 드디어 콩 새싹이 파릇파릇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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