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ㄴㅁㄲ은 목하 연구 중 (4탄)

가 을 하늘 2021. 1. 15. 21:46

땅 사고, 축대 쌓고, 울타리 치고, 트럭 사는 것까지 큰 돈이 들어갔습니다.

제 바램은 장차 그 언덕에 작고 따뜻하고 손이 덜 가는 하얀(?) 집을 짓는 것일 뿐

그때까지 그 땅을 적당히 유지비 덜 드는 농사로 흉내만 내었으면 했지요.

 

그래서 ㄴㅁㄲ에게 말했습니다.

“무슨 농사를 짓든 들어간 돈만 내게 주고 나머지는 당신이 하시오!”

그래야 ㄴㅁㄲ도 재미가 있을 테구요.

그래서 처음 거름 넣을 때부터는 제가 기록을 해두었지요.

물론 빠트린 것도 있고 사과 한 상자 값도 넣지 않았지만 그래도 42만원이 적혀 있었습니다.

거름 외에도 비닐, 밭갈이비, 토담 관리기 수리비, 콩약(살충제, 영양칼슘제, 성장억제제 등), 타작비까지.

52만원 주고 산 강력 분무기 값은 미포함입니다.

그건 소모품이 아닌 하드웨어니까요. ㅎ

 

12월 중순 경 농협에서 수매하고 돈이 나왔습니다.

비교적 등급을 잘 받은 콩 다섯 푸대(200kg)의 금액은 132만원이었답니다.

약 칠 때 줄잡아 주느라 이틀, 풀 뽑을 때 하룬가 이틀...

ㄴㅁㄲ이 그 며칠 내 일당을 보태어 60만원을 제게 주었지요.

 

전 그래도 18만원 공돈이 생겼지만

1년 내내 농사지은 ㄴㅁㄲ은 72만원이라니...

 

게다가 알고보니 ㄴㅁㄲ에겐 그 어느 해보다 힘든 농사였지요.

말로는 “안 해본 일이니.. 첨 하니까 그렇지...” 라고 했지만

사실은 집 짓고, 땜방하고, 목공 작업하고, 마당에 농사짓는 그 모든 일도 처음 하는 일이었지만 힘들다 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생각해 보니 무슨 일이든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해서 할 땐 재밌게 했는데

어쩌다 콩 농사는 본인 스타일과는 달리 일일이 코치 받으며 하는 게 힘들었던 거지요.

 

(제 계획은 3탄 정도로 쓸 예정이었는데 이리 길어지고 있네요. 읽고 댓글 달아 주시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