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입니다.
무더운 여름이 아직은 미련을 버리지 못 하고 우리 주위에 있습니다.
그래도 가을은 저만치 와 있고 한가위도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더위 한복판에 저는 친구와 북유럽 여행을 다녀 왔습니다.
자유여행에 따르는 수고와 패키지여행의 아쉬움,
찾아보니 그 둘을 메꿔주는 '세미패키지' 여행이란 게 있었습니다.
'세미패키지' - 방법들이 다양하겠지만 이번 여행은 현지가이드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니는 날들과
인솔자(가이드가 아닌)가 필요한 정보들을 주고 각자 알아서 다니는 시간이 적당히 섞인 여행이었지요.
전용버스가 없었기 때문에 매일 25000보 이상씩 걸었습니다.
다들 "내 다리야, 고마워!" 하면서 다녔지요.
다녀오신 분께는 추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을까요?
아직 가보지 않으신 분들껜 작은 구경이 되길 바라며 간단한(?) 여행 이야기로 9월의 편지를 씁니다.
코펜하겐, 베르겐, 오슬로, 스톡홀름, 헬싱키 이렇게 다섯 도시, 4개국을 10박12일로 다녀 왔습니다.
여행은 어딜 가도 좋지만 아무런 조건없이 여행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일본과 유럽 쪽이지요.
일본이 아기자기하고 깔끔하고 질서가 있다면 북유럽은 시원시원하고 정갈하고 평화로워서 좋았습니다.
사회 시스템은 합리적이고 디지탈화되어 있되 사람들의 삶과 움직임은 아나로그같은 느낌이었지요.
도심 한복판에서도 고층 아파트는 보이지 않고 오래된 4, 5층 건물들이 블럭별로 서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화려하지 않은, 편한 옷들을 입고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코펜하겐의 뉘하운(새 항구란 뜻)입니다.
도심 한복판까지 운하를 끌어들여 교역을 했던 덴마크가 이 부두가 필요없을 즈음 관광지로 조성하여 성공한 곳이지요.
사진 왼쪽의 하늘색 삼각형 모양의 지붕을 한 건물 벽엔 1681이란 건축년도가 적혀 있습니다.
맞은편 어느 곳엔 안데르센이 살았던 240년 된 건물도 서 있지요.
일년 중 270일이 비 또는 흐림인 그들의 날씨에서 해가 쨍하게 난 날은 축복받은 날이라고...
그래서 항구 주변으론 최소한의 것만 걸친 모든 사람들이 나와앉아 일광욕을 즐기는 듯했지요.
심지어 바로 위 사진 속 보트에는 가슴을 드러낸 여성 1명과 아예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남성 3명이 유유히 놀고 있었습니다.
핸폰으로 쨍하게 찍은 사진을 확대하니 모든 것(?)이 다 보였지요.
그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이 낯설지만 부러웠습니다.
노르웨이의 옛수도 베르겐에 있는 브뤼겐 지역입니다.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14세기 유럽의 한자동맹 당시의 영광을 보여주는 곳이지요.
특유의 지붕 모양과 색깔을 한 목조건물들 자체도 정감이 가지만 뒤쪽으로 이어지는 골목골목들을 돌아다니며 소품가게들을 기웃거리는 것 또한 여행의 큰 즐거움입니다.
베르겐에서 오슬로로 가는 반나절은 송네 피요르드와 함께 하는 시간입니다.
기차, 버스, 페리, 산악열차 등을 다양하게 갈아타며 노르웨이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데 전 이 시간이 정말 좋았습니다.
멀리 산엔 만년설이 덮여있고 산 정상에선 폭포가 쏟아져 내리고,
염도가 낮은 물가 주변과 산자락엔 마을과 집들이 동화처럼 놓여 있었지요.
오슬로의 비겔란 조각공원입니다.
시에서 비겔란이란 조각가에게 전적으로 맡겨 그의 작품 212점이 배치된 , 경이로움 그 자체였지요.
작품 하나하나의 제목은 없고 전체 주제가 '삶'이라고...
대리석도 아닌 화강암으로 된 모든 조각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인간의 갖가지 삶의 모습을 담고 있지요.
특히 가운데 기둥은 '통돌'이란 뜻의 모노리스라는데 거기에 조각할 인간의 다양한 군상을 그림으로 그리는 데만 1년, 그리고 3명의 조각가가 14년간 조각했다고 합니다.
작품들엔 핏줄과 근육이 그대로 살아 뛰는 것 같았지요.
위는 오슬로 시청사, 아래는 스톡홀름 시청사입니다.
스톡홀름 시청사의 저 자리는 매년 노벨상 수상자들과 1000여명이 함께 하는 만찬장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보다 저 두 시청 건물들이 예술작품으로 가득해서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있는 것이 무엇보다 부러웠습니다.
사진 속에서처럼 360도의 서가와 그 사이사이의 문 안쪽으로 또 서가가 있는 아름다운 스톡홀름의 시립도서관입니다.
사진으로 제대로 담지 못한 헬싱키의 아카데미넨 서점입니다.
헬싱키의 암석 교회입니다.
위의 세 곳 모두 공간 배치와 빛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었지요.
특히 암석교회는 자연 암석을 잘 살린 벽과 동판을 얹은 천정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게 하여 채광이 은은하고 아름다웠지요.
3만 미터의 구리선을 감아놓은 동판과 암석은 공명이 잘 되어 음악회가 자주 열린다고 합니다.
때맞추어 결혼식의 화동같은, 혹은 미사를 돕는 복사같은 아이들의 사진을 찍고 있어서 그 아름다움을 더해 주었지요.
헬싱키 공항에서 만난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신기한 모습...
당겨서 손을 닦고나면 다시 제자리로 들어가지요. (혹 우리나라에도 있나요?)
어떤 구조인지, 얼마나 재사용이 가능한지 모르지만 어쨌던 그들은 우리보다 나무를 훨 적게 자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번째 신기한 것 발견!
북유럽의 도시들엔 가로등이 저렇게 하늘에 동동 떠있었습니다.
전봇대가 필요없을 뿐더러 운전자에겐 시각적으로 더 편하다고 했지요.
돌이 깔린 도로, 그 위로 지나는 트램, 그들과 어우러져 느리게 움직이는 자동차들...
그 옆으론 자전거와 사람이 다니는 각각의 영역이 있고, 또 그 가까이에 노천카페와 예쁜 공원들이 있지요.
전 그런 모습들도 많이 부러웠습니다.
오래 전 한 친구가 말했지요.
여행은 또다른 삶을 살아 보는 거라고, 그래서 떠나는 거라고....
그런데 돌아와 생각해 보니 또다른 내가 되어 즐기기보다 여행 내내 자꾸만 부러워하고 안타까워하며 다녔던 것 같았지요.
그래서 담엔 애국심(?) 따윈 버리고 즐겨야지 ...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ㅎ)
가을을 건강하게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2018년 9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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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들은 지난 한 달 동안 우리 카페의 '우리풀 우리나무방'에 올라온 사진들 중에서 고른 사진들을
카페에 올라온 날짜순으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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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풀꽃 / 산바람 님 (8/1)
분홍바늘꽃 / 달희 님 (8/5)
미국실새삼 / 산바람 님 (8/5)
진범 / 달희 님 98/5)
다래 / 파란하늘꿈 님 (8/6)
원추리 / 여행나라 님 (8/6)
동자꽃 / 여행나라 님 (8/6)
이질풀 / 여행나라 님 (8/6)
어리연 / 주이 님 (8/7)
강아지풀 / 물레방아 님 (8/8)
어리연 / 카라 님 (8/8)
홍련 / 수워니 님 (8/9)
달걀버섯 / 물레방아 님 (8/10)
물질경이 / 산들꽃 님 (8/11)
가시연꽃 / 산들꽃 님 (8/15)
바람꽃 / 네모 님 (8/15)
쇠비름 / 파란하늘꿈 님 (8/15)
산오이풀 / 파란하늘꿈 님 (8/17)
달맞이꽃 / 파란하늘꿈 님 (8/20)
참꿩의다리 / 파란하늘꿈 님 (8/23)
이나무 / 제주큰동산 님 (8/24)
히어리(열매) / 어진내 님 (8/24)
분취 / 네오 님 (8/25)
참바위취 / 네오 님 (8/25)
말오줌때나무 / 제주큰동산 님 (8/27)
애기앉은부채 / 산들꽃 님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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