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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11월 27,28일)

가 을 하늘 2017. 12. 18. 23:14

김장을 하고 배부른 11월 말에 멀리서 친구들이 오다.

뱅기 타고 바깥 나들이를 세 번이나 같이 하고,

예쁜 서울길을 몇 번이나 같이 걷고,

한여름 병산서원의 배롱나무꽃을 함께 보기도 하고,

한겨울 걸으며 눈을 같이 맞고 이 곳 희호재 거실에서 가야금 연주를 해 주기도 한, 

많은 시간, 많은 것을 함께 한 친구들이다.


그동안 도산서원쪽으로 다닌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루는 오천군자마을 - 도산면 서부리의 수상데크길(선비순례길)

- 도산서원 - 농암종택을 다녀오고 (이쪽 코스가 참 좋은 것을 다시 확인),

또 하루는 하회 부용대를 잠시 본 후 봉화 바래미마을을 가다.


농암종택 아래로 난 강길을 걷다보면 강 건너편에 상호가 없어 아는 사람만 아는 소목화당이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미리 예약을 하면 작은 나룻배나 찝차로 물을 건네주곤 소박한 점심을 먹을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전화를 했더니

아쉽게도 이 날은 인연이 닿지 않아 대신 도산의 이름도 예쁜 '몽실식당'을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다.

무지무지 시골스러운 식사였다.


한여름에 보았던 무성했던 나무는 이제 옷을 모두 벗고 있었다.


그때 보았던, 예쁜 마당과 부지런한 아주머니가 있었던 ㅁ자형의 집은 잠겨 있어 들어갈 수가 없어 아쉬웠다.



안동댐 위로 부력(?)을 이용한 수상데크길....  저 보이는 곳까지만 걷고 돌아오다.


다시 보는 웅장한 농암종택


긍구당의 멋진 글씨


지난 번 다녀와서 인터넷에서 보았던 멋진 사진을 찍은 곳이 어딜까 찾아서 같은 각도에서 찍어보다.

색상이랑 분위기가 그 사진처럼 멋있지는 못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도산서원을 들러다.

곱던 단풍은 다 떨어지고 해가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 거의 끝손님으로 서원 곳곳을 다니다.


부용대에 올라 하회마을을 핸폰 파노라마로 찍다.

두 사람 다 하회마을을 가보지 않았다고 해서 놀라다. 담에 갈 곳을 하나 저축해 놓다.


아래는 모두 봉화 바래미(해저)마을이다.

갈 때마다 이 곳은 이집저집의 안주인들이 사람을 따뜻이 맞이하고 차를 대접하는 등 사람 훈기가 있어 좋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의 그 기개가 여전히 마을 사람들에게 내려오고 있는 것일까?


이 마을의 가장 큰댁인 만회고택이다.

명월루라는 누마루와 전체 모습이 얼마나 위풍당당한지... 그 기개가 짱짱하기 그지없다.

늘 갈 때마다 안주인의 손길이 적은 듯, 집 크기에 비해 썰렁했는데 이번엔 따님이 와서

집 안팎을 쓸고닦으며 우리에게도 일부러 차를 내어와주어 고마웠다.

오른쪽 저 누마루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요청하는 '파리장서' 사건이 시작되었다고...



이 방에서만 독립운동가가 세 분이나 나셨다고 하다.

더러 신혼부부들이 그 기를 받는다는 의미로 자고 간다고...

부자되는 기운이 아니라 독립운동의 기를 받고 싶어하는 젊은 부부들이 있음이 좋다.


이 곳은 토향고택이다.

아마도 이 마을에서 가장 윤택한 댁이 아닐지...

뒷산을 배경으로 한 집 안팎의 모습과 주인장 부부의 모습도 그러하고 고택 맞은편의 더없이 넓은 정원 또한 그런 느낌을 주다.


토향고택의 대문과 행랑채의 모습


소강고택의 모습이다.

이 소강고택과 이 댁 뒤쪽에 있는 남호구택은 형제간이었으니 그 아랫대인 지금은 사촌간인 셈이다.

두 댁 다 적당한 나이대의 인심좋은 안주인이 있어 바깥 정원과 안채 정원들을 얼마나 이쁘게 가꾸고 있는지..

처음 갔을 때의 봉숭아꽃이 가득 핀 여름날의 화단 모습이 참 보기 좋았었다.

지난 해 이맘 때쯤 갔을 때는 남호구택의 김장맛을 보고 오기도 했으니....

늘 갈 때마다 차를 주셔서 지난 번 갈 때는 롤케이크를 하나씩 사다 드리기도 했었다.


하회마을이 가깝지만 그곳은 문이 잠겨 있거나 사람이 살지 않아

늘 밖에서 고택의 모습만 보고오는 것에 비해 바래미 마을은 안팎으로 사람의 온기가 늘 있는 따뜻한 마을이어서 언제 가도 좋은 것 같다.


재밌게도 이 글을 미루고미루다 오늘 정리하는데 친구가 미처 못 보낸 사진이 있다고 방금 날려보내다.


농암종택의 '강각'이란 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