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나 핸드폰에 담긴 예쁜 사진들을 정리하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 느낌이다.
11월 이후 정리하고 싶은 사진이 많은데 마당일도 없는 요즘에도 뭐가 바쁜지 제대로 할 시간이 없다.
지난 11월 10일에 함께 걷는 친구들과 도산서원 들어가는 길에서 단풍의 절정을 만나다.
1999년 안동 와서 거의 20년을 살았는데
이 곳의 단풍이 이렇게 이쁜 줄을 친구 덕분에 이제 알게 되다.
추위가 빨리 온 올해는 초겨울이라고 해야 할 날씨이지만 늦가을에 눈을 행복하게 할 곳을 한 곳 더 알게 되어 기쁘다.
나는 안동에 살면서도 늘 하회나 병산쪽으로 가게 되고
도산쪽으로는 학교를 오고가는 것 말고는 제대로 살뜰한 마음으로 간 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지난 번 ㅇㅁ가 와서 함께 도산서원과 군자마을을 다녀온 후 내겐 특별한 곳이 되었다.
더구나 더운 날 차 타고 들어갔던 길이 단풍이 이렇게 이쁜 줄을 이제 알게 되다니...
어느새 정겨운 길이 된 이 곳을 이번 가을에만 벌써 두 번을 다녀오다.
안동의 고택들 중 가장 멋있다고 누군가가 일전에 이야기를 해서 이 날 드디어 농암종택을 가다.
그 규모와 정갈함에 놀라다.
안동엔 특히 고택들이 많지만 이렇게 깊은 곳에 이런 규모의 고택이 있다니...
(알고 보니 원래 이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안동댐 건설로 여기저기 옮긴 것을 최근에 그 후손이 이곳으로 옮겼다고 해서 그 정갈함과 규모가 비로소 이해가 가다.)
더구나 농암 이현보 선생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게 되다.
곧게 살았으면서 연산군 당시의 사화에서 살아남은 것을 두고 누군가는 사형 대상자 이름을 적은 종이가 아마도 두 장 겹쳐서 지나갔나 보다고 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집안 자체가 장수 집안인 것이 놀라웠다.
농암 선생 자신이 67세 때 94세의 부친 생신연에서 때때옷을 입고 춤을 추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거니와
그 자신 85세 생일날 친지들의 축하 시를 받아들고 그 감격을 생일가 한 수로 표현했으며
3년 뒤인 88세 새해에는 금서띠를 두른 굽은 허리로 족질인 이 황을 비롯한 그 당시 유명한 이웃 친지들과
다섯 아들(기록엔 맏아들 이름만 빠졌으니 아마도 6남 중 맏아들만 세상을 떠난 듯)들의 축하를 받았다는 기록은 정말 놀랍다.
살고 있는 사람에겐 추위부터 집안 청소, 갈무리가 늘 힘든 일이지만 한옥의 저 기개는 언제 보아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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