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하루 밤 자고 왔더니...

가 을 하늘 2015. 5. 5. 09:12

딱 하루 밤을 자고 담날 어둡기 전에 집에 돌아왔는데

봄날 내리는 비가, 하루 햇살이 얼마나 세상을 달라지게 하는지요.

 

마당에 들어서니 불두화는 어느 새 동글동글 봉오리를 맺고 있고 

ㄴㅁㄲ 혼자서 고추 모종 130포기를 심은 밭은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고

뒷뜰 언덕엔 영산홍이 마치 며칠 집을 비웠다가 보는 듯이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내 마음이 다른 세상을 보고 와서인지, 하루 사이에 마당에 봄빛이 마술을 부렸는지 신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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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땅 겉만 살짝 적시도록 왔다고, 갑자기 마늘이 다 말랐다고...

1년만에 꺼낸 이동형 스프레이가 고장나서 ㄴㅁㄲ이 주물딱거리더니 예쁜 스프레이를 만들었습니다.

 

상추와 시금치가 예뻐서 전화했더니 제 생일인 것 아는 누군가가 오시면서 맛있는 염장미역을 들고 왔습니다.

미역국 안 끓이고 넘어갈려고 했다가 결국 끓였습니다.

식탁 앞에 앉아서 미역국을 먹으면서도 ㄴㅁㄲ은 몰랐습니다.

여기 올린 글을 보고 알면 무안할까봐 결국 말했지요.

"오늘 내 생일이야....ㅎㅎ"

 

두어 주 전 친구와 시내를 다니다가 맘에 드는 무언가를 보았지요.

그래서 ㄴㅁㄲ에게 "그거 사주면 '미역국 안 끓여주나?' 하고 쌔리꼬리하게 재고 있지 않을게...." 했더니 그거 좋다고...

아니나다를까 미역국 대신 돈으로 해결했다고 새카맣게 까먹었지요.  

그래도 쫌은 섭섭했을 텐데 서울나들이로 받은 선물 힘이 커서 말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