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글을 안 올리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 느낌입니다. (ㅎㅎ)
그런데 뭐 하느라 짬이 잘 나질 않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이야기부터 해야지 했는데 이 글도 이틀이나 걸렸습니다.
......랑이와 단이를 키우다 보니 이웃집 개에게도 눈길이 가고,
어쩌다 고양이 세 마리까지 키우니 길에서 만나는 들고양이들도 눈에 들어 옵니다.
그런 사소한 이야기입니다.
저희집과 가장 가까운 옆집 할아버지 댁에도 누렁이가 한 마리 있었습니다.
그 녀석은 동네 어귀에 들어선 사람이 집앞을 훨씬 지나쳐 갈 때까지 죽어라 짖어대는데 알고보면 겁보여서 그러지요.
꼬리를 완전 말아 넣은 채 제 집을 들락거리며 정신없이 짖으니까요.
그게 안스러워 한 번씩 먹을 걸 갖다주었더니 저나 제 차만 보아도 풀쩍풀쩍 뛰곤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목요일 갔더니 개집이 비어 있었습니다.
개장수에게 팔았다고...
집으로 돌아오며 맘이 짠했습니다.
데려 와 그 자리에 묶인 채 거의 풀려나 본 적이 없는 녀석이었는데....
이사 와서 7년째인데 세 번째 일인 것 같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 수바라지와 농사일, 집안일을 다하면서도 언제나 평화롭고 느긋하신 분이신데
할아버지에겐 나름의 규칙인 것 같습니다.
데려와 대문께에서 집을 지키다 두어 해 지나면 팔고, 탈이 나도 팔지요.
너무 오래 키우면 사람말 알아 듣는 영물이 된다고....
그 다음날 마당에서 일하는데
말도 몸도 어눌하신 할머니가 빈 개집을 쳐다보며 그냥 소리를 지르고 계셨습니다.
말씀을 못 하시니 의사 소통이 안 되므로 혹 개를 판 걸 모르셨나 싶어 달려 갔더니
그 커다란 개집 구석에 콩알만한 하얀 강아지가 발발 떨고 앉아 있었습니다.
할머니 딴엔 뭐라고 말을 걸고 있었지만
강아지는 난데없이 낯선 곳에 와 제 몸보다 무거운 목줄에 매인 채 고함 소리까정 듣고 있었으니....
쫄아 있는 녀석을 억지로 당겼더니 오줌까지 싸면서 나온 녀석입니다.
보나마나 사료는 먹지도 않았을 것 같아 우유를 조금 담아다 주었더니 겨우 입을 축였습니다.
어미 떠나 낯선 곳에 와 눈길에 벌써 눈치까지 얹혀 있는 모습이 가여워 목줄을 풀고 안아 주었더니
제 옆구리에 얼굴을 묻고는 발발 떨던 것도 끄응끄응 내던 소리도 차츰 가라앉고는 잠이 들었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이 조금 전 풍산 장에서 5000원에 사오셨다고....
그랬는데 그 다음날인 바로 어제..... (아휴 참....)
다시 우유를 가지고 가니 녀석이 어제보단 훨 나았습니다.
우유 먹고 개집 밖으로 내려놓아 주니 표정도 밝아지는데 가만 보니 그 하얀 몸에 무엇인가가 기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뒤집어 보니 고추 부근에 진드기가 몇 마리나, 다리에도 슬금슬금.....
집에 와서 급한 대로 에프킬라를 찾아 갔더니 할아버지가 오셨습니다.
노는 날이라 시내를 한참을 돌아다녀서 동물병원 문 연 곳을 찾았다고...
뿌리는 진드기 약을 사오셨습니다.
바르는 약은 비싸기도 하고 그걸로는 개집 자체는 해결이 안 되겠지요.
뿌려주는 걸 보고 돌아서니 그 역시나 맘이 짠했습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시내를 다녀오셨으니 그런저런 것들도 할아버지의 사랑 방법이고, 그 댁에 오는 녀석들의 운명이구나 하구요...
다음은 고양이 이야기....
사진 속 아기 고양이들....
지난 화요일 아기 고양이 6마리가 박스에 담긴 채로 교문 앞에 놓여 있었습니다.
사료 조금과 물까지 담긴 채로...
아마 태어난 지 한 달쯤 된 것 같습니다. 얄진이가 희호재에 올 때처럼...
똥그란 아가 눈에 뽀족한 꼬리.... 새끼 고양이만큼 이쁜 것도 없다던 말이 절로 생각나게 했지요.
그렇지만 누가 버렸는지, 이 녀석들을 우째야 할지? .....
이야기들이 많이 오고갔지만 박스 위로 올라와 도로로 나설 것 같아서
아이들과 함께 들고 학교 강당으로 옮겨다 놓았습니다.
세콤 때문에 퇴근길엔 내놓아야 한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하교길에 아이들이 한 마리씩 가져 갔습니다.
아이들 마음처럼 집에 가서도 환영받고 이쁨 받으며 클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퇴근길 누군가가 보니 오토바이 아저씨 한 분이 교문께에 기웃거리더라고 했지요.
물과 사료를 챙겨 학교 앞에 놓은 걸 보니 그 분도 나름 고양이를 걱정하는 사람이었을 것 같습니다.
단지 끊임없이 번식할 녀석들을 키울 수가 없어서일 거라고 이해했지요.
아래는 희호재의 고양이입니다.
ㄴㅁㄲ이 만든 저 장이 때론 3층 침대가 되기도 하는데 우리집에 온 누군가는 너무 하다고... 자기를 달라고 했지요.(농담으로...)
얄진이와 그 아래 (흰)둥이, 멀찌감치 있는 녀석이 겁보인 (깜)장이이지만
ㄴㅁㄲ은 곤지라븐지 진팔아, 흰팔아, 깜팔아.... 하고 부르지요.
랑이를 용팔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러고 보면 우리집 단이만 그대로 단이이네요.
ㅎㅎ 입안의 가시가 좀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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