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을 보신 기억이 날까요?
2009년 11월 이 곳 희호재에서의 바람재 정모 때 둥둥님이 찍으신 사진입니다.
아래 사진은 정모 직전 ㄴㅁㄲ이 정모 때 쓸려고 가마솥을 아주아주 힘들게 닦을 때 제가 찍은 사진이구요.
그런데 정모 때 가마솥에 밥을 해먹은 이후로 한 번도 쓰질 않았지요.
물론 ㄴㅁㄲ은 '곰국을 끓이면 맛이 죽인다!'라고 꼬셨지만 아궁이에 붙은 가마솥의 녹을 닦고 씻어내는 게 얼마나 힘드는 일인지를 보았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군불 지피는 데 힘만 들어서 솥을 떼내었지요.
그리곤 가마솥을 마당 한귀퉁이에 그냥 오래 방치를 해 두었는데....
기어코 가마솥에 곰국을 끓여 먹고 싶다고....
부자가 쿵짝이 맞아 하루 집을 비운 사이에 마당 한가운데다 가마솥을 새로 걸었습니다.
이렇게요.
그리고 일요일 오후 내내 그 녹을 닦아내고 씻어내고 그리곤 돼지기름 대신 식용유로 윤을 내놓은 모습입니다.
곰국은 핏물 빼고 한 번 끓여내고 할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여 주말에나 하자 맘먹고
대신 백숙을 하려고 닭을 한 마리 사왔더니
'재밌겠다, 백숙을 가마솥에 하자'하고는 ㄴㅁㄲ이 달려 들었습니다.
반신반의... 하면서도 뭐 밖에서 다 해준다니 재료를 앉혀서 갖다주곤 청소하고, 마당 둘러보고 놀다보니....
저리 끓고 있는 사이 구수한 냄새에 현관 앞의 세 마리 고양이, 그리고 랑이 단이.... 설레이는 식구들이 많았습니다.
뭐 가와라..... 하는 것도 많고,
어찌 되었던 동 다 되었다고 들고 들어와서 상 차려 죽부터 뜨고는....
그리고 닭을 꺼내어 먹으려고 하니
아이코야, 내 츠암 -
압력밥솥엔 20분 돌리고 20분 김 빼면 되는 걸 한 시간쯤은 끓였을 것 같은데
닭고기에 젓가락은 들어가지만 살은 안 떨어지고, 자세히 보니 속살에 핏물이 배어 나오고....
부랴부랴 압력밥솥에 다시 앉혀 끓여서 먹고나니 9시가 훨 넘었습니다.
이 냄비, 저 냄비 묻힌 그릇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설겆이 마치니 10시였습니다.
애고, 뭐 그래도 한 번은 치뤄야 할 일이었습니다.
돼지고기 제대로 안 삶기면 핏물 나오는 걸 보긴 했지만 이리 될 줄이야 실전에 안 해보고 어찌 알 수 있으리요!
가마솥에 김 올라오는 걸 보며 흐뭇해 하던 ㄴㅁㄲ의 폼만 좋았지요.
"어, 분하다 ----" ㄴㅁㄲ의 탄식입니다.
결론은 '백숙은 압력밥솥에 해야 한다'입니다.
아님 대여섯 마리 푹 고아 동네 잔치를 하던지요.
그래도 ㄴㅁㄲ은 주말에 곰국은 지대로 해 볼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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