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놀토날마다 안동 경계를 열서너 명이서 1년 조금 넘게 걸었다. 경계가 주로 산이어서 산을 오르고 내리는 것이 일이었지만 때로 강도 건너고, 들도 걷고, 동네 중간도 걸었다. 햇살 좋은 봄날도 있었고, 무리지어 핀 들꽃이 아름다운 가을날도 있었지만 뜨거운 날도, 매서운 날씨도 관계치 않고 걸었다.
오늘은 그 일을 마친 1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모였다. 그리고는 경계걷기 거의 마지막 코스 부근이었던 영주 무섬 주변을 대여섯 시간 걷다. 종일 깔깔대고 우스개 소리하고 강 중간에 앉아 도시락들을 풀어 먹고 간간이 마시고, 이산님의 한 잔된 '봄날은 간다'도 들었다.
*** 50대의 여자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와 남자에게 필요한 다섯 가지를 아나요?
*** 흥부가 놀부 마누라에게 주걱으로 뺨을 얻어맞은 이유도 있지요.
집을 짓고, 또 다른 이유로 가을 이후 산을 가지 않아 내가 못 들은 우스개가 많았다. 아직 '지미씨발'은 뭔 이야긴지 모른다.
결석해놓고 자꾸 묻기 뭐해서 그냥 두다.
차도 안 다니는 편안한 강둑길을 다섯 시간씩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건 아직 우리에게 축복이다.
또 그 길을 같이 걸을 수 있는, 익숙한 이들이 있다는 것도 그 못지않은 축복이다.
가볍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지만 모여서는 그렇게 가볍게 깔깔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달리지 않고도, 거꾸로 매달리지 않아도 그냥 걷기만 해도 건강해진다는 게 또 얼마나 큰 축복인가?
무섬으로 들어가는 섶다리도 예뻤고, 강물의 양도 적당하여 두 번이나 신발을 벗어들고 건넜다.
깊지 않은 강물도 중간쯤에선 다리가 선득하다. 지난 해는 이보다 한 달이나 앞선 때였으니 나를 업어건네 준 이산님의 발은 얼마나 시렸으랴? 그것도 세 번인가 네 번인가 건널 동안 끝까지 신발 벗을 엄두를 안 내었으니 말은 공주라고 하면서도 지금껏 씹고들 있다.
그래도 즐거운 추억거리다.
온 산이 진달래다. 천지가 진달래불로 타고 있다. 붉은 정도가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왜 나라꽃이 무궁화일까?
봄이면 손대지 않고도 이렇게 조선팔도가 진달래인데.... 저 은근한 붉은빛이면 북쪽의 함박꽃의 귀티나는 흰빛과도 참 잘 어울릴텐데...
소주잔을 채워 들고서 '안경사 1주년을 위하여'.... 하다가 결국'10주년'을 위하여 건배를 하다.
10년 뒤에도 이처럼 걷고 웃고, 모래밭에 엎드린 철딱서니 없는 우리 중의 누군가를 마치 10대가 10대를 바라보듯이 보고 웃을 수 있기를....
정말 내가 안동 경계를 다 걸었을까? 싶은데 1년 전 일기가 있다.
읽어보니 새롭다. 약간 유치하기도 하지만. 종일 열 명이서 한 일도 어린아이들처럼 그런 짓이었다는 생각에 용기내어 그 유치한 일기를 내 블로그에도 올리고 카페에도 올리다. 경계걷기 할 때의 그 느낌이 새록새록 나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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