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히 외친 덕분으로 제가 산행기록을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참가자 : k1, k2, k3, b1, b2, h1, j1(아마도 이 표현의 원조는 snowblue님이지요.)
꼬리말을 단 사람들은 당연히 산행에 참가할 줄 알았는데 배신자가 두 분이나 있었습니다. 누구라고 밝히진 않겠지만.
광흥사 바로 앞 400년 수령의 은행나무 앞에서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그 순간 모두들 갔습니다(?). 이건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는 k2님의 말입니다.
보지 않은 사람에겐 아무리 말을 해도 전달이 안 되겠지만 글쎄요, 사진작가이신 b2님이 사진을 올려주신다면 그 느낌이 조금은 전달이 될까요?
어른 몇 명이 팔을 벌려야 할 만큼 큰 은행나무가 너무나 건강하게 샛노란 은행잎을 가득 달고 서서 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나뭇잎비를 뿌리고 있었습니다.
사진기를 안 가지고 온 저는 한탄을 해야 했고, 카메라맨은 열심히 사진을 찍고 k1님은 눈에 담는 것이, 마음에 담는 것이 최고라는, 비슷한 말씀도 했습니다.
비온 뒤의 짱짱한 햇살과 소소한 가을 바람과 은행나뭇잎의 노란 빛깔과 주변의 물들어 가는 모든 것들의 모습들이 어쩌면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기막히게 날짜를 맞추어 불문 등산을 또 올 수가 있을까 하고 모두들 입을 다물지를 못 했습니다.
결국은 발길이 안 떨어져 우리는 은행나무가 바라보이는 산의 초입에 전을 펴고 앉아 정상에서 마셔야 할 술 두 병을 다 비우고 난 다음에야 출발을 했습니다.
그리곤 쿠션이 좋은, 생강나뭇잎과 떡갈나뭇잎들이 가득 쌓인 숲길을 광흥사를 지나 애련암까지 걸었습니다.
침엽수(아마도 상록수의 의미였던 것 같습니다)인 솔잎은 왜 떨어질까요? 그것도 다들 물들어서야 떨어지는 이 가을에 말입니다. 과학 선생님이 두 분이나 계셨지만 j1님의 스스로의 답이 가장 명쾌하였습니다. ‘아,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과 같구나’
돌돌돌돌 물소리가 나는 작은 계곡을 건너면서 ‘사람의 죽고사는 것이 물소리와 같다(?)’는 마종기 시인의 싯귀절을 인용하신 k2샘의 말도 멋있었습니다.
k2님이 오신 날은 길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 알지요. 어쨌던 어제도 다른 사람들과 헤어져 엉뚱한 곳으로 내려오셨는데 어젠 오히려 그 길이 남의 집 마당을 가로지르지 않는 더 나은 길이어서 다행이었지만 우리는 덕분에 j1님으로부터 샘의 호기심이 가져온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숲속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산책을 했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기분좋은 소리들과 함께요.
뒷풀이 장소(여기부터는 h1님이 사라지고 j2씨가 함께 합니다)에서의 히트는 역시 k2 샘이었습니다. “나는 불문에서 묻지마!라는 게 제일 마음에 안 들어” 아마도 늘 넘치는 호기심을 억누르면서 산을 오르시는 샘의 고충을 이해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뒷풀이가 끝나갈 즈음 초대를 받아서 오랜만에 오신 b2님댁(얀숙 선생님 댁이기도 하지요)으로 갔습니다. 불문의 뒷풀이가 오랜만에 길어졌는데 태화동 현대 아파트에서의 주제는 ‘뜻모를 이야기만 남기고......’였습니다.
시돌님의 지극히 이성적인 ‘뜻모를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의, 불확실한 나이의, 간절하지만, 온전히 드러낼 수 없는 그런 ‘뜻모를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표현이 모호해도 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일기는 여기서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들 다음 주에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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