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하루도 보람차지 않은 날이 없네!

가 을 하늘 2022. 2. 9. 00:39

지난 토요일(5일)의 일이다.

2월 들어 날이 더 찬지, 추운 날은 다 갔다는 생각 때문인지 요며칠 부쩍 더 춥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보일러 조절기가 자꾸 눈에 보였다. 그런데 늘 물 온도가 70도 안팎이었다.

겨울 들 때 온도를 90도로 올렸을텐데 왜 그렇지? 생각만 하고 정작 가보질 않다가 드디어 가보았다.

걸려 있어야 할 보일러실 문이 환하게 열려 있고 온도도 70도 정도로 맞춰져 있었다.

온도도 올리질 않고 겨울을 났구나 생각하고 90도로 돌리는데 뭔가 딱 하는 소리가 난듯했다.

잠시 기다렸는데 다른 이상은 보이질 않아서 고개만 갸우뚱 하고 들어왔다. 

두어 시간이 지났을까?

점심 해야지 하는데 보일러 실내조절기 전원이 꺼져 있는 게 보였다. 

그리곤 부엌 수돗물을 틀었더니 물 나오는 양이 아주 적었다.

밖에서 물을 쓸 때가 아니니 어디선가 물이 새나 보다, 보일러 전원도 나가고...

보일러실로 달려 갔더니 벽에 붙은 수도관이 터져서 분수처럼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미 넓은 보일러실 바닥에 한 뼘 정도는 족히 물이 고이고 있었다. 

우선 위쪽의 수도 벨브부터 잠그고는 남편을 불렀다.

 

바람에 문이 열려 수도관이 얼었고, 바닥에 있는 전기 연결 콘센트가 물에 잠겨 누전이 되는 바람에 차단기가 내려갔을 것이라고....

차단기 확인을 하곤 둘이 물을 퍼냈다.  

이 가뭄에 그저 버리는 물이 아까워 나는 양동이에 담아 화단으로 갖다 붓고 ... 

다 퍼내고 노는 라지에타 갖다가 켜놓고 남편이 보일러실 문을 단단히 손보고 오전 일이 끝났다.

오후 늦게 젖은 선들이 다 마른 후 전원 연결하니 다행히도 이상이 없었다. 

 

종일 집 비운 날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어찌 되었을지.... 

한옥에 어불리게 한다고 보일러실 위에도 기와를 얹어 보일러가 고장나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늘 생각지 않은 일이 생길 때마다 보이지 않게 지켜주시는 분을 저절로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점심 먹고는 남편이 거실 등을 교체하는 고난도의 작업을 했다.  

 

 

이 등은 우리집에 들러시는 분들은 괜찮아들 하셨지만 나는 처음부터 맘에 들지 않았다.

밝기에 비해 전력 소모가 크고 시간이 지나면서 혹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LED 등으로 교체를 해서 썼지만 그래도 밝기엔 한계가 있어 드디어 바꾸었다. 

천정이 높아 대들보에 새 등을 달고, 샹들리에를 떼어내고, 전기선을 연결하는 일이 오후 내내 걸렸다.

 

 

 

 

기존의 샹들리에가 많이 무거워 잘 들고 내려올 수 있을까 싶어 혹 떨어뜨려도 괜찮도록 등부터 다 떼었다.

나는 양손으로로 들 수 없는 무거운 것을 높은 사다리 위에서 안 떨어뜨리고 잘 가지고 내려왔다.

천정의 전기선을 연결하고 깔끔하게 고정하느라 사다리를 끝까지 높여 맨 위에까지 올라가서 작업하는 바람에

밑에서 사다리 붙드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팔 치켜들고 몇 시간째 일하는 사람은 우째 하는지 모르겠다.

 

 

고생한 덕분에 거실이 환해졌다. 

종일 움직이고 하는 말이 " 참 사는 게 다이나믹하네. 하루도 보람차지 않은 날이 없네.. "

나는 너무 보람차서 숨이 턱에 차구만 옆에선 그러고 있다.

 

오늘 아침엔 일어나 마당엘 나갔더니 빈이가 풀쩍풀쩍 뛰어다니고 있었다. 

목줄이 풀렸구나.. 하고 보았더니 비닐하우스쪽 밭자락 끝에서 뭔가를 물었다 놓았다 하고 있었다.

달려가 보니 까만 강아지 한 마리가 온몸을 발발 떨고 있고 빈이는 우째 할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놀라서 얼른 집안에 넣어 주었다. 

언제 나와 거기까지 갔는지, 가는 새끼를 보고 빈이가 혼자 몸부림을 치다가 목줄 고리가 빠진 건지 알 수가 없다. 

 

지난 월요일이 만 3주째, 벌써 다들 또록또록 해서 눈 맞추고 소리나는 쪽으로 기어나온다. 

그래서 오늘 남편은 또 오후 내내 빈이집 주변에 울타리를 쳐주었다.

다행히 고추밭가에 쳤던 울타리 중 과수원쪽으론 필요가 없어 며칠 전에 둘이 가서 걷어 왔다.

걷어 왔다고 말하지만 그걸 걷기까지 남편이 울타리에 엉겨붙은 찔레가시와 나뭇가지와 감고 올라간 덩굴들을 걷어내고 쇠로 된 망을 하나하나 가위로 끊어서 걷어 올리느라 며칠을 애먹었다. 

 

마당 가꾸고 농사짓고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생활은 끊임없이 일이 생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그래도 재밌다. 옆에선 나의 몇 곱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정리하다보니 어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