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감정 코칭'이란, 참 마음에 드는 사이버 연수를 받았습니다.
시간만 채우면 되는 연수였지만 강사의 진솔한 태도와 많은 반성을 하게 하는 내용이 맘에 들어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제물이 재밌는 거였습니다.
'자기자신의 장점 50가지, 그리고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아이의 장점 50가지'를 쓰라는 것이었지요.
언젠가 이 비슷한 과제물을 아이들에게 내어주며 저도 이렇게 말했었지요.
단어 하나로 표현하지 말고 문장으로 꼭 표현해야 돼... 라구요.
제 장점 50가지는 이것저것 끌어다 쓰다보니 오히려 쉬웠습니다.
그런데 나를 힘들게 하는 아이.... (사실 올해는 크게 그런 녀석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겸무 나가는 학교의 3학년들이 지난 해 (물론 올해도) 좀 애를 먹였지요.
너무나 시끌벅적한 녀석들이 많아서입니다.
그 중에서도 한 녀석을 중심으로 서너 녀석이 수업 진행을 자주 방해해서 좀 힘들었습니다.
그것도 한 고비를 넘기니 무슨 짓을 해도 웃을 수 있게 되어 지금은 일단 편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중심에 있던 녀석을 생각하여 장점 50가지를 적었지요.
신기하게도 이 녀석은 목소리도 엄청 크고 수업에 집중을 잘 안 하지만 아주 가끔, 정말 코드가 맞을 때가 있지요.
3주 전쯤 6월이기도 하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느낌과 생각도 있을 테고 해서
수행평가 겸 하여 '우리 나라가 이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제목으로 자기 생각을 써보도록 했지요.
쓰기 싫어 몸살을 치는 녀석들을 어떻게 어떻게 잡아서 시작했는데 의외로 두 시간을 소리없이 다들...
딱 두 녀석만 세 줄 쓰기로 끝내었을 뿐(그래도 이 두 녀석도 드러내고 떠들 수는 없는 분위기가 되었지요..)
다들 열심히 써서 앞에 선 제가 감동을 먹어 아이스크림을 사주었습니다.
그 날 그 시끄러운 녀석인 ㅈㅎ가 다른 누구보다 저를 감동하게 했지요.
A4용지 맨 위에서 깨알같은 글씨로 쓰기 시작하길래
'글씨를 좀 크게 쓰지.. 그렇게 해서 얼마나 쓰겠니?' 하면서 내가 오히려 걱정이 되었는데
이 녀석, 한 장을 빽빽이, 그것도 진지하게 썼습니다.
이렇게요.
그래서 시끄럽게 자주 떠들어 수업을 방해하지만 이쁜 구석이 있는 이 녀석의 장점을 50가지 적어서 제출했습니다.
어제 다시 겸무 학교에 가서 수업 중에 이러이러해서 ㅈㅎ의 장점 50가지를 적어 보았다고 했더니
이 녀석이 그 글을 보고 싶어했습니다.
출력한 종이를 받아 달려나가는 녀석에게 "그것 읽고 소감 한 마디는 해야 해" 했더니
의외로 이 녀석 왈 "편지로 쓸게요!"..... "그래?????"
그랬더니 딱 한 시간 수업 마친 뒤 제게 꼬기꼬기 접은 쪽지를 주었습니다.
..................
기껏해야 두세 줄... 이겠거니 하고 폈더니 다시 한 페이지 가득이었습니다.
자주자주 이제 이 시대의 교사는 월급장이일 뿐이다.... 란 생각을 하게 되지요.
무의미하게 쏟아지는 일들과 그 속에서 옳고 그름, 수용과 저항의 경계를 생각하지 않고 순응하는 우리 모두를 볼 때,
특히 공부를 많이 시키라고 내려오는 그 많은 돈들이 중요 과목(?) 교사들부터 시작해서 모두를
돈의 노예로 만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볼 때,
학교 폭력 관련 연수가 폭력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는 연수가 아니라,
폭력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면 교사가 다치지 않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연수임을 볼 때...... 말로 하려면 끝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어제, 오늘 이 녀석 쪽지를 몇 번이나 보면서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다시 찾은 느낌입니다.
교사를 교사로 만들어주는 것은 언제나 아이들임을....
한참 동안 잊고 있었던 감동을 오히려 ㅈㅎ가 제게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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