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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둥님, 낭개님, 어진내님과 함께..

가 을 하늘 2014. 6. 15. 00:56

글의 본론과는 너무 먼 외곽 지역에서 시작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떤 한 장면, 또는 대사 하나 때문에 다시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

시간이 많은 날, 무얼 해도 아깝지 않을 만큼 시간이 많아지면 다시 보아야지 하면서 아직도 다시 보지 못한 영화 중에,

 

인정사정 볼것 없다(영화의 첫 장면, 40계단 중간쯤에서 오른쪽으로 바의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나선다. 그 남자는 곧 총에 맞아 쓰러지고 쫓고쫓기는 영화는 시작된다.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하는 건 주인공인 안성기나 박중훈이가 아니다. 그 남자... 채 1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 그 계단 앞에 서서 멀리를 바라보는 듯한 그 남자의 무심한 표정 때문이다.)

 

밀애 (많이 야한 영화지만 그 야한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건 영화 마지막 부분의 김윤진의 대사이다.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다분한...  그런데 그 대사의 의미는 맴돌지만 사실은 정확하게 그 대사를 기억도 못 한다. 그래서 더 보고 싶은지도...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깨어서 살아있다......   비슷한 말이다).

 

또 하나는 인디언 섬머이다.

남편을 살해하여 사형을 선고받게 되는 이미연은 자신의 국선변호사인 박신양과 삶의 끝자락에서 사랑하게 된다. 그때 그녀가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저승에 가기 전 잠시 들러는 곳이 있다고...  그곳에 들어가면 이승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을 보여주어 나쁜 기억들은 다 지워지고 그 좋은 기억만을 가지고 저승으로 간다고...  좋은 기억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제 당신에 대한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갈 수 있다고...

우리나라는 한여름에 태풍이 오기 직전 마치 가을같은 선선한 날이 있는데 인디언들에겐 쓸쓸하고 차가워지는 가을끝쯤 반짝 뜨거운 여름 날씨가 있나 보다......

가을날의 반짝 여름날씨처럼 삶의 끝에서 느끼게 된 사랑을 인디언 섬머로 표현했다.

 

그런데 마음 속에 유일하게 간직해서 그 기억만을 가지고 가고싶을 만큼의 정도는 아니지만 더러 기억하고 싶고,

삶이 조금 밖에 남지 않은 어느 날 생각하면 많이 그리울 것 같은 날들이 있다.

마치 영화 속 대사 하나가 기억나 그 영화가 다시 보고 싶듯이

어떤 날은 마치 유리창에 비치는 맑고 따스한 햇살처럼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행복했던 날들이 있다.

 

오래 전 예천여고에 있을 때 치사하기 한이 없는(?) 교장에게 밉보인 교사들 예닐곱 명이 초간정쪽으로 바람 쐬러 나간 날이 있다.

그 날 그 들판을 걸으며 너무 웃어서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었다.

오늘 내 수명이 한 달은 더 길어졌을 것 같다고...

'가제트 형사의 성은 ?.......... 이 기발한 질문도 그 날 들었다.

 

이렇게 서두가 긴 이유는

바로 그런 날이 또 있었다는 이야기를 적어 두려고이다.

 

지난 6월 4일 선거를 하고 인증샷도 찍고는 동서울로 가다.

둥둥님과 동동님, 낭개님과 반나절을 보내고,

둥둥님 이사가신 새 아파트(맨날 헌 아파트라고 말한, 이쁘게 둥둥님 향이 나게 꾸민..)에서 낭개님과 같이 자고 담날은

어진내님까지 해서 네 명이 동동님 차에 실려 광릉 수목원을 돌아 다니다.

전날 본 봉선사(다시 간다면 해거름, 그것도 가을날 비오는 해거름에 딱 가고 싶은 절이다.

공사 중이기도 하고, 건물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론 참 마음에 들었다.)와

광릉(반역의 왕이지만 한편으로 보면 위대한 왕이기도 했을 세조와 정희 왕후가 누워 있는, 세종이 후궁과 자식이 수없이 많았던 거와 비교하면 세조는 오직 자신의 왕비만 사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광릉 수목원은 서울쪽 살림살이를 싫어하는 내게도 둥둥님이 얼마나 지혜롭게 삶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서울 가기 전 카톡에서 호칭 문제를 이야기하며 편해지는 것보다는 존중하는 사이가 되고 싶다고 말한 낭개님...

그리고 언제 보아도 따뜻하고 배려하는, 한결같은 마음 그대로를 보여주는, 또 귀여븐 둥둥님...

많이 많이 사랑받고 살았지만 지금은 혼자여서 안스러운 어진내님....

그래서 함께 보낸 그 시간.

셋이, 넷이 깔깔거리며 다닌 그 시간은 바람재에 자랑까진 아니어도 내 블로그에라도 남겨두고 싶다.

 

 

대웅전이 아니라 큰법당이라 쓴 모습이 정겹다.

 

 

놓아버려라....  놓아버릴 일과 잡고 있어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언제나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느낌...

 

 

 

 

계수나무가 진짜 있다. 둥둥님 부엌창에 센스있게 붙여놓았던 그 잎의 살아있는 주인공을 수목원에서 만나다.

계수나무 커텐이다...

 

 

찰피나무란다. 얼마나 신기한지....

나무와 꽃들은 제각각 생긴 것을 자세히 보면 얼마나 얼마나 신비로운지...

하느님은 그 많은 나무와 꽃들을 각기 다르게 하시느라 정말정말 힘드셨을 것 같다.

그러니 우리 사람들은...

그래서 때론 생각지 않은 일도 생기고, 억울할 것 같지만 불행이 겹치기도 하고,

또 행복에 겨운 사람도....  

너무나 다양한 이유가 거기 있지 않을까?

그래서 세상 끝날에 그 분 앞에 갔을 때

"얘야..  그 조금 덜 가지고 더 가진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지?

네겐 그 숙제를 주었는데 그 숙제를 잘 했구나!" 그러실 수 있었으면....

 

 

둥둥님이 어렵지 않게 쓱쓱 해서 만들어주신 저녁과 담날 점심 김밥...

너무나 수월하게 일을 해서 보는 이들을 편하게 하다. 나 같으면 온갖 걱정에 조바심에 끙끙대며 할 일들을....

 

 

 

낭개님은 낭개님답게, 둥둥님은 둥둥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