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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재의 인연으로 떠난 여행

가 을 하늘 2014. 4. 13. 00:40

바람재가 무엇일까요?

 

지난 해 우연히 넷이서 제주도를 다녀오고 그 뒷풀이를 두어 번 하였지요.

그게 또 이어져서 지난 금요일, 토요일 이틀 동안  지리산 자락에 계신 토담님댁을 갔습니다.

둥둥님과 낭개님, 저 이렇게 셋이서요.

토담님과 들꽃님이 사시는 토담농가는 바람재 식구들이 워낙 다녀가서 많이 들으셨지요....

그래도 제 눈으로 본 사진 몇 장을 올립니다.

 

 

토담님이 손수 지으신 황토방의 창호지 빛이 너무 이뻤지요. 

게다가 황토방 벽에는 토담님이 쓰신 예쁜 글씨가 마치 우릴 따뜻하게 안아주듯 적혀 있었습니다.

 

 

 

늦게 도착하여 화개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간 우리에게 토담님은 쑥차를 우려 주시고는, 우리가 좋아할 곳이 있다고....

저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공지영씨의 '지리산 행복학교' 에도 나왔다는 '형제봉주막'엘 갔지요. 그 내부 모습입니다.

늦은 밤 두 분과 우리 세 사람이 함께 가서 소주에 달걀말이에, 그리고 밑이 시커먼 노란 냄비에 끓여 나온 라면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아침 모습..... 토담농가에 들어서면 제일 앞에 창이 밝은 건물인 <달빛 도서관>이 있지요.

준비해 간 아침을 먹고 나서는 우리에게 들꽃님이 그곳에서 쑥부쟁이차를 우려 주셨지요.

며칠 잇몸앓이가 심하여 바람재 식구가 아니면 나오지도 못 했을 거라고 옆에서 그러시는데도 밥 한 끼 못해 드려 미안하다고 하면서....

 

도서관 안팎으로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곳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들꽃님의 작품들(사진, 커텐, 찻잔 받침 등등....)과 토담님의 이쁜 붓글씨들이 가득했지만 너무 보여드리면 뒤에 오실 분들에게 민폐를 끼칠 듯하여 .....

 

 

세 칸짜리 황토방 앞에서 다들 기념 사진을 박았지요.

두 분이 서로 여며주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지만 사진 만으론 토담님의 따뜻한 미소도, 들꽃님의 수수한 모습도 제대로 보여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토담님이 쌍계사 위의 국사암까지 우리를 태워 주셨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각자 먼 길을 달려가서 겨우 만나 저녁 먹고 술 한 잔 하고, 자고...

토요일 아침에야 국사암에서 쌍계사를 거쳐 화개장터까지 벚꽃 십리길을 걸었습니다.

벚꽃을 위해서는 지난 주에 움직여야 했지만 사정들이 있어 시기를 놓쳤지만 뭐 어때? 하고 갔지요.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누구랑 가느냐가 중요하지...   하면서요.

 

그렇지만 꽃 지고난 풍광도 아름답기 그지 없었습니다.

국사봉에서 쌍계사로 넘어가는 산길도 이뻤고, 꽃이 지고 분홍빛 꽃받침만 남은 붉은 가지끝들도 이뻤지요.

늘 버스나 승용차로 갔던 길을 내 발로 걷는 것은 정말 환희입니다.

내친 김에 지리산 자락의 꼬불꼬불 보이는 모든 길들을 걷고 싶었지만.... 

 

 

쌍계사에서 담은 겹복숭아 나무 (마치 화엄사 원통전 앞의 그 유명한 흑매 나무 같아서 열심히 담았습니다.) 

 

 

 

 

지리산 자락을 멀리 보고 걷는 길은 떨어진 꽃잎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꽃 지고난 벚나무 사이로 겹복숭아와 영산홍, 유채꽃들이 여리고 곱고 화사한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 주었습니다. 

 

 

쌍계사를 내려오다 대충 25년 전쯤의 둥둥님의 가족들의 추억이 있는 집을 찾아가 보았지요.

팬션 수리 중이어서 잠겨 있어 담장 너머로 들여다 본 곳은 마치 '비밀의 정원' 같았습니다.

그 옛날 저 유리로 된 찻집에서 차를 마시며 밖을 내다 보았다고....

마치 내 유년의 기억이 서려 있는 것 같은 아스라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토담님이 가르쳐 주신 집에 가서 맛있는 팥죽도 먹고 화개장터까지 재미나게 걸었습니다.

바람재의 식구들도 떠올리고, 바람재에게 고마워 하며....

 

화개에서 둥둥님과, 진주에서 낭개님과 헤어져야 했지만,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혼자서 진주까지 오기에는 어리한 가을하늘임을 미리 짐작하고 진주로 빙 둘러 가신 낭개님 덕분에

제 시간에 집으로 돌아 왔지요.

 

 

영산홍의 저 고운 꽃빛이 마음 속 기쁨으로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