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학교 1학년 신입생은 남학생만 두 명입니다.
둘 다 보기좋은 우량아처럼 덩치가 있고, 둘 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집안 형편도 그다지 못하지 않은,
게다가 성적도 크게 차이나지 않아 교사들에겐 수업하기 딱 좋은 학급이 되었지요.
그런데 그 중 한 녀석이 좀 괴짜입니다.
독서광이라고 해야 할지, 자기가 좋아하는 무언가에 곧잘 빠져 버린다고 해야 할지....
입학도 하기 전 진단평가를 치고 집으로 가던 녀석이 도로가의 수로에 쪼그리고 앉아 새로 받은 도덕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는 집에까지 태워 주었는데 차 속에서도 책을 읽느라 도통 대화가 되지 않았지요.
수업 중에도 교사에겐 한 3분도 집중 못 하고 혼자서 책 속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다른 책을 못 꺼내게 하니 교과서 뒤쪽 아무 데로나 사라져 버리는 거지요.
그런데 또 정작 물어보면 대답은 옆의 친구보다 더 잘 하니 웃기지요.
어제는 점심 시간에 국수가 나왔는데 이 녀석이 국수를 너무 많이 담아서 식판에 넘쳤지요.
그 뒤의 선생님이 한 마디 하시는데 이 녀석 왈
“국수가 식판을 잡아 먹었어요!”라고 해서 밥 먹던 우린 다 넘어 갔습니다.
6교시 도덕 수업 시작할 때에도 ‘식객’ 책을 손에서 놓는 게 얼마나 힘든 폼인지...
수업 내용을 정리하는데 결국 그 ‘식객’을 다시 들고는 금새 또 멀리 달아나 버렸지요.
그 폼에 결국 내가 한 마디!
“00아, 선생님이 지금 둘 보면서 이야기하는데 네가 책 속으로 내빼버리면
선생님 말은 50% 밖에 효과가 없지 않니? 아까워서 안 되겠다!” 했더니,
갑자기 이 녀석이 너무나 공감한다는 표정으로 대뜸!
“저두요, 50%는 선생님 보고, 50%는 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카멜레온 눈처럼 내 눈이 하나는 이렇게, 또 하나는 이렇게 돌아가면 좋을텐데....“
하면서 둥글게 오므린 손을 자기 두 눈 앞에 대고는 하나는 아래로, 또 하나는 나를 향해 돌리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눈동자는 그렇게 따로 돌지를 않으니 가운데로 모아져서는....
그래서 그만 웃다가 종이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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