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아침에 조금 늦게 눈 떠서 정원에 물 주는 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여름 폭우에 무너진 옹벽을 2,3주 전에 새로 쌓았지요.
안동 지방에 쏟아진 몇십 년만의 폭우 탓이기도 하지만 어쨌던 일자로 쌓았던 옹벽이 무너지자 석공이 이번에는 좀더 안전하게 한다고 계단식으로 쌓고 뒤쪽으로 자갈도 많이 넣고, 흙을 잡아주도록 돌 사이사이에 영산홍도 심었습니다.
옹벽 위쪽으로 잡풀과 지나치게 키 큰 나무도 자르고 나니 저 소나무가 마치 우리집 소나무 같습니다.
보는 이들이 차입경관이라고 하지요.
아래 사진이 처음 쌓았던 옹벽 모습입니다.
저 콩 120포기를 심고, 김 매느라 땀깨나 흘렸는데 옹벽 무너지면서 일부는 깔리고 또 일부는 새로 돌 쌓으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옹벽 위 비탈진 곳이 신경 쓰여 그곳에 벌개미취를 심고 꽃사과도 세 그루 심었지요.(당근! 사람 사서 심었습니다.)
감나무 아래에 심은 산수국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장마철쯤 되면 피는 저 산수국이 맑은 꽃잎 위, 흰색 나비가 앉은 듯한 귀티나는 모습이 되길 기다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스웨덴에서 날아온 눈꽃씨가 이제 막 발아를 하고 있습니다. 좀더 자라면 돌 사이사이에 심을려고 합니다.
같이 뿌린, 씨앗이 샤프심으로 찍은 듯이 작았던 꽃양귀비는 이제 4개쯤 씨가리같은 새싹이 보입니다.
토요일부터 나무꾼은 세 번째 창고 안의 정리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삐뚤빼뚤하던 것이 모양을 갖추어 토요일 밤에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저 차고 안 제자리에 앉혀졌지요.
물 주고 아침 먹고나니 조금 늦어져서 약간의 갈등을 느끼는 듯한 나무꾼에게 '(사진 찍으러) 가지 말지 -' 하고 한 마디 보태었더니
안 가고 대신 차고 안의 온갖 나무들과 연장들을 정리하는 일로 하루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오전에 사진 찍으러 가야지 일을 덜할 터인데 공연히 장난스레 한 말이 사람 잡습니다.
교중미사를 보고 와서 저는 이리저리 잔일들을 하고 옥수수를 땄습니다.
경험 부족으로 익은 듯하여 다 땄더니 따고보니 지난 해의 루비같은 색은 아직 나지 않았지만 연하여 맛은 더 있었습니다.
지난 해 옥수수 수확이 힘든 일임을 알고 올해는 아주 조금만 심은 덕분에 작은 상자 하나 정도로 수확을 했지요.
해거름 즈음에 수수꽃다리님 내외분이 놀러 오셨습니다.
누마루에 앉아 함께 희호재의 가을이 오는 풍광을 보며 즐거웠습니다.
맞춤하게 오셔서 옥수수를 조금 드릴 수 있어서 좋았기도 했지요.
그런데 실은 저녁 7시 20분 '국가대표' 영화를 예매해 두었었지요.
벌개미취에게 물은 주어야 하고, 랑이, 단이 집앞이 치우다가 말아서 이 녀석들을 매어달 수도 없고....
두 분 덕분에 재밌게 쉬고, 놀았는데 ...... 가시자마자 난감했지요.
(두 분 오셔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혹 미안해 하시면 제가 이 글 재밌게 올리는 게 잘못이지요. 아시지요? 수수꽃다리님.)
늦은 시간으로 바꾸고 다 정리하고 가자! 싶어서 제가 교환을 하러 갔지요.
그때 갑자기 교환, 환불은 7시까지라고 했던 말이 심각한 말이 되었고 시계는 7시 10분 전이고.... 7시면 전산이 닫힌다나 어쩐다나....
프리머서까지 날아갔습니다. 도로가에 번쩍번쩍 주차해놓고, 2분 전에 창구에 티켓을 들이밀었지요.
그 난리를 치고 돌아와 10시까지 차고를 깨끗하게 정리하였습니다. 알고보면 나무꾼도 깔끔맨이지요.
그래서 아주아주 우리-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어제 아침에 찍은 사진입니다.
아, 영화는 아예 느긋하게 다음날로 바꾸어서 어제 갔다왔습니다.
제가 딱 좋아하는 영화였지요. 딱 한 사람, 어린 선수의 캐릭터가 좀 현실감이 떨어지지만 그 외는 모든 게 큰소리 내고 몇 번이나 웃을 만큼 재밌고, 가슴 졸이고, 인간적인 따뜻한 영화였지요.
어떤 각본도 실화보다 더 감동적일 수는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더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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