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쓰는 글

[스크랩] 시어머니가 된다는 것....

가 을 하늘 2009. 2. 12. 20:50

끝말잇기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 자세한 사연도 잘 모르면서 그냥 이 이야기가 생각나서 올립니다.

 

청상에 남편을 잃고 아들 하나만 키운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옛날 이야기가 아니고 요사이 이야기입니다.)

아들을 장가 보내 일찌감치 분가를 시켰는데 며느리가 첫아이를 나을 때쯤 같이 살자고 했답니다.

며느리는 육아 문제 때문이었겠지만 시어머니도 혼자서 지내니 쓸쓸하기도 하고, 손주를 키우고 싶기도 하여

함께 살았다지요.

그래도 깨인 시어머니였던지라 몇 년을 잘 살았는데

아마도 그렇게 살다보니 모자간도 아주 만문하였겠지요.

어느 날 아들이 말했답니다.

"엄마, 요새 음식 솜씨가 없어졌나봐. 이 사람이 입맛이 없다고 밥을 잘 안 먹잖아요" 하였답니다.

편해서 농담삼아 한 말이었겠지만 갑자기 그 말에 시어머니는 몇날며칠 섭섭하고 마음이 상하였답니다.

이 참에 애 데리고 느그들끼리 살아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겠지요.

그런데 그 속상함을 단전호흡을 한 후 차 한 잔 하는 자리에서 털어놓으니

옆에서 가만히 듣던 동년배 한 사람이 말하더랍니다.

당신은 복에 겨워 그런 말을 하지요.

나는 하나 있는 자식이 딸 하나 낳고 이혼하고, 또 두 번째 결혼하여 또 딸 하나 낳고 이혼하여 에미 떨어진 손녀 둘을

키우고 있는데 그 아들이 곧 세번째 결혼을 할려고 한다우.

그래서 이번에는 네가 손이 발이 되도록 하더라도 맞추어 살 자신이 있으면 결혼하고

안 그러면 하지 말아라. 또 자식 낳고 헤어지면 이제 그 꼴도 못 보아줄 뿐더러 새끼도 못 키워준다고....

그러니 자식이 엄마 음식 솜씨가 없어 지 마누라 밥을 잘 안 먹는다고 하면 그건 사이가 아주 좋으니

그 이상 무얼 바라느냐? 또 정 화가 나면 다시 분가하라고 하면 될 일이지 않느냐? 그러더랍니다.

 

단전호흡을 배우러 다닌 사촌 동서되는 형님이 제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들은 이야기 중에 이상하게 머리에 쏙 들어오는 이야기였습니다.

나중에 우리 아들이 섭섭하게 하여도 이 이야기를 기억하면 받아넘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전 우리 어머니의 반에 반만 하면 그런대로의 시어머니는 될 수 있을텐데 싶지만 제 좁은 속으로는 그것도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자식이 결혼 후에 제 식구 챙기고 오손도손 살면 그것으로 기쁘게 보아줄 수 있다면....

부모 자식간에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 지금 하고 있습니다. 닥쳐 보아야 알겠지만요.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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