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마중물이 된 사람 - 임의진

가 을 하늘 2008. 7. 1. 08:58
 

     마중물이 된 사람


우리 어릴적 펌프질로 물 길어 먹을 때

'마중물'이라고 있었다.

한 바가지 먼저 윗구멍에 붓고

부지런히 뿜어 대면 그 물이

땅속 깊이 마중 나가 큰 물을 데불고 왔다.

마중물을 넣고 얼마간 뿜다 보면

낭창하게 손에 느껴지는 물의 무게가 오졌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마중물이 되어준 사람이

우리들 곁에 있다.

누군가 먼저 슬픔의 무저갱으로 제 몸을 던져

모두를 구원한 사람이 있다.

그가 먼저 굵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기에

그가 먼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꿋꿋이

견뎠기에.


                        임의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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