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자!"라고 말하는 사람?
오늘 점심을 먹은 후에 ㄴㅁㄲ은 혼자 밭에 갔습니다.
이랑을 만든 밭에 생강을 심기 전 배수로를 손 보아야 한다고 했지요.
물과 간식을 챙겨 주었지만 5시경 마음이 쓰여 가 보았습니다.
같이 커피를 마신 후 저는 할 게 없어 밭 아래 동네길을 5,000보쯤 걸었네요.
그리곤 곧 끝난다 해서 먼저 집으로 왔습니다.
마침 6시가 다 되어 ‘세음’의 시그널 음악과 함께 오프닝 멘트를 들을 수 있었지요.
오늘 오프닝 멘트의 핵심은
아플 때 옆에서 흔히 “병원 가 봐.” 라고 하지 않냐고?
그런데 ‘병원 가 봐’와 글자 한 자 차이지만 ‘병원 가자.’고 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
운전을 해오며 남편과 아들과 그리고 친구 생각을 했답니다.
남편은 ‘병원 가자’는 스타일은 아니지요.
거기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본인이 병원 가야 하는 일이 거의 없는 건강 체질이고
그래서 엔간한 건 자연 치유가 되는, 또 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이지요.
반면 저는 원래 약골에다가 큰 병도 앓고 해서 조금만 이상하면 이게 또 병이 아닐까? 미리 걱정하는 편이구요.
한 번은 발을 삔 후 한방 치료만 받다가 나중에 골절인 걸 알아 애먹은 경험도 있어
어쨌던 병원 가서 확인을 해야 안심하는 스탈이지요.
그래서 어디가 불편하다고 하면 남편의 첫 마디는 좀 무리해서 그렇지, 시간이 가면 괜찮아질거야. 라고 하지요.
그러다 영 불편해 하면 병원 가 봐 그러지요.
근데 어쩌다 병원을 같이 가더라도 전혀 도움이 안 되어요.
진료실에도 따라 들어오지 않으니 환자 대신 꼼꼼이 묻는 건 고사하고,
심지어 번호표 뽑아서 수납하고 어디로 가자고 하면 그냥 따라다니는 보호자지요.
근데 이건 섭섭할 때도 있지만 살다보니 그런 성품이어서 감사하기도 하답니다.
저처럼 사소하게 삐거나 결리거나 허리 담이 와서 꼼짝 못해 응급실로 가거나 했을 때마다
지레 걱정을 하는 사람이면 아마 애 말라서 견디기 힘들었을 것 같지요.
아들은 아빠와는 조금 달리 병원부터 가라고 하는 성격이지만,
제 일을 하고, 제 삶을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병원 가 봐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구요.
그런저런 생각을 하며 오다보니
내가 아프면 “병원 가자.” 하고 친구가 제일 먼저 달려올 거란 생각에 이르렀답니다.
남편은 사진에, 목공에, 농사에 열심이고,
아들은 카페를 하고 있으니 아프면 간병은 내가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젠가 친구가 농담처럼 말을 해서 절 행복하게 해주었던 것도 떠올리고
혼자 병원에 가 있을 때 “내가 병원으로 갈까?” 하던 날도 생각하며 행복하게 집으로 왔지요.
나 자신은 “병원 가자.” 라고 말하는 사람인가 생각도 하구요.
4월이 벌써 하순이네요.
백리향은 한창이고 나무의 꽃들은 떨어져 마당을 구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