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새벽에 일어난 사건
오늘 새벽 4시 50분경의 모습입니다.
일출 30분 전의 하늘을 폰에 담기란 저녁형인 제겐 불가능한데 오늘 새벽엔 그럴 일이 있었답니다.
잠결에 빈이가 짖는 소리를 들었지요.
일어나기가 힘들어서 핸드폰의 CCTV 화면으로 보니 별다른 게 보이질 않았습니다.
더구나 랑이가 같이 짖지 않는 걸로 보아 멀리서 나는 어떤 소리 때문에 빈이가 짖나보다 했지요.
그러고 다시 깜빡 잠이 들었는데 계속 짖고 있어 ㄴㅁㄲ이 나가 보았나 봅니다.
조금 후에 문 여닫는 소리에 저도 다시 깨었지요.
정원등을 다 켜도 두 녀석이 있는 곳은 어두워 가까이 가보았더니
이상하게 빈이가 제 목줄이 묶인 기둥을 보고 계속 짖더라고....
그래서 거기에 뭐가 있나 하고 컴컴한 곳을 빗자루질을 했다고...
그랬더니 뱀 같은 느낌이 들어 핸드폰 후레쉬를 켜고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뱀이었다네요.
그 뱀을 ㄴㅁㄲ이 어떻게 처치했는지는 저도 말로만 들었지만 옮기지는 못 하겠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나갔을 ㄴㅁㄲ이 물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빈이 녀석이 얼마나 놀랐을까 싶어 좋아하는 북어 쪼가리를 갖다주었더니 좀 얼띤 폼이지만 받아 먹어서 들어왔지요.
그 난리를 치고 들어오려다 바라본 동쪽 하늘이 너무 예뻐서 담은 사진입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빈이 주둥이 앞쪽이 넓적해져 방티가 되어 있었습니다.
콧잔등엔 뱀에 물린 곳인 듯 피가 말라붙었는지 까만 딱지같은 게 붙어 있었구요.
일요일이어서 늘 가던 동물병원장님의 핸폰 번호를 우째우째 알아내어 전화했더니
멀리 가셔서 봐줄 수가 없다고 하시면서
개는 사람과는 달리 뱀독으로 죽지는 않는다고, 좀 힘들겠지만 웬만하면 괜찮다고,
걱정이 되면 어디의 동물병원은 일요일에도 여니까 가보라고... 그러셨지요.
미사 갔다오니 훨씬 더 컨디션이 좋아진 듯하여 그냥 두었습니다.
대신 돼지고기와 황태를 넣어 삶고 좋아하는 감자도 쪄서 같이 주었더니 꿀꺽 하고 먹어치워 안심이 되었습니다.
마당 있는 집에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같은 일은 또 처음입니다.
고양이들 덕분인지 뱀이 거의 보이질 않았는데 한 달 전쯤 아래채 앞에 한 녀석이 나타났다더니 오늘 또 이런 일이...
삶의 어느 모퉁이에서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 새삼 감사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어두워지고나서는 잔디밭을 디디는 것도 편하지가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