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의 재밌는 고추농사

'무자식 상팔자'라 카더니...

가 을 하늘 2021. 5. 10. 21:20

3일에 고추를 심었지요.

엄청 고되어서 이틀쯤은 암것도 안 하고 쉬어야지 했습니다.

그런데 ㄴㅁㄲ은 고추 모종이 모두 제대로 서있나 궁금했습니다.

혼자 갔다오더니 다 똑바로 서있다고 기분 좋아했지요.

7일쯤인가 오후엔 바람이 애법 불었습니다.

이상이 없나 궁금했던지 고추가 똑바로 서 있는 게 보고 싶지 않냐고? 바람 쐬러 가자고 했지요.

갔더니 어린 고추들이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휘청거려 안스럽긴 해도 모두 잘 있었습니다.

간 김에 비닐이 조금이라도 펄럭거리는 곳에 ㄴㅁㄲ은 핀으로, 저는 삽으로 흙을 떠부어 매매 다독거려 주었습니다.

 

다음날은 팜마트에 가서 고춧대를 사왔습니다.

1.5m짜리와 1.8m짜리를 몇 개나 샀는지 좌우간 고춧대 값이 50만원이라고 했지요.

이제 고추농사에 들어가는 돈은 ㄴㅁㄲ이 알아서 하는 고로 값이 얼마든 저는 엄청 편합니다.

ㄴㅁㄲ도 뭐 사야 하는데 얼마인데...  안 해도 되어서 편하지요.

고춧대를 땅 속으로 50cm씩 박는데 필요한 망치도 인터넷 주문을 했다고....

그리고 고춧대는 우째 박아서 고추나무를 우째 묶어야 한다고 한참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럴 땐 들어주어야 합니다. ^^

 

어제는 종일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

마당의 큰 느티나무도 바람에 휩쓸려 춤을 추고 뜨럭에 놓인 물조리개도 마당 한가운데까지 날아갔지요.

점심을 먹던 ㄴㅁㄲ이 말했습니다.

"무자식이 상팔자라 카더니..."

제가 놀라서 쳐다보았더니 글쎄 아들 걱정이 아니라 고추 걱정이었습니다.

일을 벌려 놓고나니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그래도 그렇지... ^^

갔다오더니 괘얀타고...  저도 걱정이 되었는데 어린 모종들이 그 바람에도 안 쓰러지고 잘 버티고 있다니 신기합니다.

 

오늘은 약 안 치고 건강하게 고추농사 짓는 분들의 밴드에 올라온 사진을 보여 주었습니다.

2일날 심은 고추모종이 연두색으로, 말하자면 누렇게 되어가는 걸 보여주며 우째야 되냐고 묻는 거였지요. 

냉해를 입은 거라고...  새로 심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끼약!)

 

원래 저희도 2일에 심을 예정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3일 새벽 기온이 6도까지 떨어지니 3일 오후에 심자고...  그래서 3일 심었습니다. 

4월 냉해 때문에 유럽의 포도와 사과 과수원들이 야단이었는데 5월 냉해라니... 

오늘도 날씨가 많이 추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