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의 재밌는 고추농사

어쩌다 미지의 세상으로 2

가 을 하늘 2021. 5. 5. 01:05

관리기로 할 수 있는 일이면 하루만에 뚝딱 했을 일이지만

이랑 만드는데 이틀, 호스 설치하는데 이틀, 비닐 씌우는데 삼일이 걸렸습니다.

왜냐면 둔턱이 150cm(보통은 50cm) 여서 그리 넓은 비닐이 없어 결국 가운데가 겹치도록 두 겹으로 해야 했지요.

그러자니 비닐 까는 사람기계(ㄴㅁㄲ의 표현입니다.)가 해야 했습니다.

비닐 까는 첫날 늦게 가보았더니 비닐은 혼자서 깔 일이 못 되었지요.

 

잡아주고 겹치는 곳에 핀 꽂아주고 해도 흙으로 비닐 묻고 그 위에 흙을 끼얹기를 수백 번은 했을 것입니다.

 

 

 

 

 

비닐 덮는 처음 이틀은 바람이 없었지요.

그런데 마지막 셋째 날엔 바람이 불어서 비닐이 방향도 없이 이짝저짝으로 마구 날렸습니다.

제 온몸으로 눌러도 바람을 받은 비닐이 춤을 추고 놓치곤 가서 잡아오면 배배 꼬여있고...

아무튼 그러노라 힘은 드는데 내내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그 와중에 비닐 끝을 몸으로 누르고 저 사진을 찍었지요. 

 

 

비닐 다 덮고는 바람에 벗겨지지 않도록 하나하나 흙으로 덮어 주어야 했습니다.

 

 

비닐 덮은 다음날 ㄴㅁㄲ 혼자 가서 고추 심을 구멍을 뚫어놓고 왔지요.

 

그리곤 드디어 어제 같이 가서 고추를 심었습니다.

둔턱이 넓다보니 엉덩이 의자에 앉아서도 허리를 많이 구부려야 해서 결국 전 나중엔 거의 드러누워 고추를 심었지요.

영양제 푼 물에 10분씩 담구었다가 그늘에 며칠 둔 모종은 뿌리가 하얗게 튼튼했습니다.

그 뿌리를 살살 풀어 심고나면 구멍마다 또 특별조제한 물을 주곤 흙을 덮어 주지요.

 

 

780포기 쯤 심었습니다. 1000포기가 안 되어 아쉬웠지요.

이왕 고생하는 김에 싶은 마음이지만 그동안 제 간이 커졌나 봅니다.

몇 포기 안 되니 오후에 가자고 해서 1시 반에 갔는데 집에 오니 9시가 다 되었습니다.

 

두세 줄 심고, 물주고, 흙덮고...

그러다 질 날 때쯤 물을 주는 샤워기 끝이 터졌지요.

ㄴㅁㄲ이 바께스로 물통의 물을 떠와서 물조리개로 하나하나, 그것도 나중엔 구멍이 안 보여 더듬어 가며 주었으니

공정 하나하나가 그저 되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노라니 맞은편 동네에 노란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고 저녁 연기가 피어오르기도 했지요.

그 평화로운 시간을 넘어 깜깜해져서 핸폰 후레쉬 켜고 뒷정리를 했습니다.

 

오늘은 푹 퍼져 있다가 늦으막이 고추들이 다 잘 서 있나 가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꽃모종 옮기고 ㄴㅁㄲ은 토마토, 가지 등등을 심느라 하루 해가 또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