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젊은 친구가...(ㅎㅈ 씨 이야기)

가 을 하늘 2020. 6. 29. 00:41

초하루꽃편지를 쓰고 있다가 잠시 딴짓 합니다.

어제 젊은 친구와 밥을 먹었습니다.

조금 늦게 결혼해 딸 하나를 낳고 이쁘게 살고 있는 친구이지요.

가끔씩 전화해서 "언니. 언제 봐요? 우리 밥 먹어요." 라고 하지요.

 

결혼 전 자기가 키우던 멍이 한 마리와 결혼 후 이런저런 인연으로 만난 유기견 두 마리까지

멍멍이를 세 마리나 그것도 집안에서 키우고 있지요.

한동안은 시부모님까지 모시고 살았고 또 모시고 살텐데 말입니다.

그 중 가장 나이 많은 열세 살 된 녀석은 외출 때마다 늘 차에 태워 다니구요.

나이가 많아지면서 떼놓고 나오면 스트레스를 받아 설사를 한다고, 사람처럼 과민성대장염이라고...

이 녀석은 같이 데리고만 나와 차 안에 두면 아무리 시간이 걸려도 편하게 기다립니다.

그것도 신기하지만...

 

그저께 밥 먹으면서 나눈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불독 키우는 게 로망이어서 그 세 마리 말고 또 불독을 샀다고 했지요.

거금 150만원을 들여서...

그런데 불독 순종은 유달리 병치레가 많다네요.

데리고 온 녀석도 갑자기 발작을 해서 서울 큰병원 가서 MRI까지 찍고 간질 확진을 받기까지 100만원쯤 들었다고...

기존의 녀석들은 건강하기만 한데 돈들여 사온 녀석이 돈을 깨먹는다고 우스개 소리처럼 말했지요.

그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습니다.

개를 판 사람이 가까운 지인인데 알고 판 건 아니지만 미안해 하더라고...

그래서 말했다네요.

아니야. 미안해 하지 마.

우리한테 왔으니 다행이지. 고칠 수 있으면 고쳐주고 못 고쳐도 우리가 돌보면서 살거야.

다른 곳에 갔으면 버려졌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미안해 하지 마... 그랬다네요.

 

마당에 오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데 어느 날 보니 눈을 다쳤더라고,

그래서 밥 주며 그랬다네요.

밖은 위험해. 여기 이 집에서 살아...

 

이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들려 준 이야기가 지금도 제 마음을 참 따뜻하게 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