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근황 - 자잘한 이번 주 살아온 이야기
퇴직을 하고나면 무엇을 해도 여유 있으리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 여유로움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또는 다들 말하듯 백수로서의 삶이 더 바쁜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혹은 빈둥거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서일까요? (ㅎ)
한 주가 후딱 가버리고 벌써 토요일 늦은 밤입니다.
월요일 오전 지인과 병산서원에서 하회마을까지의 예쁜 길을 걷고,
점심 먹고 오후에 집에서 가까운 찻집에서 친구와 바쁘게 한 시간 담소 나눈 일 외엔
이번 주는 올들어 두 번째의 곰국을 끓이고 정리해서 냉동실에 넣기까지 이틀 반이 소요되고
옥천 나무 시장 가서 나무 사오느라 하루, 사온 나무들을 심느라 또 하루가...
그리고 오늘은 땅에 묻어둔 김치독을 열어서 김치 냉장고로 옮기고 뒷정리하느라 하루가 갔습니다.
사이사이 읽고 싶은 책 읽고, 혼자서 한 시간씩 걷기도 하지만....
오늘 마당 일을 끝내고 집안으로 들어오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이 사는 데도 왜 이리 바쁘지?" 하고는 웃었습니다.
그 사이사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 드립니다.
오랫만에 한밤중에 가마솥에 불 지핀 사진을 핸드폰에 담았습니다.
사진 속에 많은 것이 들어 있지요.
솥 아래 잉걸불은 물론 하늘의 상현달까지 ....
곰국 끓이는 큰 수고는 ㄴㅁㄲ이 한다 해도 뒷일도 만만치 않습니다.
덜 굳은 기름 걷어내고, 고기와 양도 썰고, 봉다리봉다리 담아서 냉동실에 넣고, 뒷설거지까지...
오른쪽 팔꿈치가 탈이 나서 두면 해줄 일도 제 성질머리 때문에 못 기다리는 게 많지요.
어제 아침 평소보다 조금 늦게 일어났더니 마침 동남향인 거실 창으로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랑이와 단이가 같이 지내다가 단이가 떠나고 12살 랑이는 귀가 많이 어두워졌지요.
그래서 지난 늦가을 마침 지나던 절집 마당에서 만난, 태어난 지 50일 된 녀석을 희호재 새 식구로 데려 왔습니다.
절에서 '커피'야! 하고 불리던 녀석이 '커피'에서 (커피)콩.... 결국 '빈'이가 되었습니다.
5kg이던 녀석이 생후 6개월을 넘기면서 18kg으로 폭풍 성장을 했습니다.
사람을 엄청 좋아해서 누구나 오면 버선발로 반깁니다.
마당에 새로 심은 나무들 중 일부를 작은 사진으로 보여 드립니다.
공작단풍
전나무
수양벚나무
쥐똥나무
정가네 동산에서 몇 포기 얻어온 맥문동을 포기를 나누어 심었습니다.
나무시장에서 정가네님이 사주신 명자나무(흑광)입니다. 오른쪽 명자나무는 원래 있던 녀석이지요.
그 외에도 적송 어린 묘목 5개, 말발도리 개량종 하나, 병아리꽃나무 하나, 백합 알뿌리 몇 개,
영산홍 10개, 분홍찔레 하나, 큰꽃으아리 하나, 그리고 방풍나물 몇 포기도 심었습니다.
묘목 어린 녀석들은 포기라고 해야 할지, 그루라고 해야 할지 헷갈려서 갯수로 표현했지요.
지난 해 몇 개 피었던 산수유 꽃이 올해는 제법 많아졌습니다.
새로 심은 부뜰레아 두 포기 뒤로는 마늘과 양파도 자라고 있습니다.
ㄴㅁㄲ은 아직도 돌과의 씨름 중입니다.
새로 만든 앞마당의 경계인 이웃집 돌단이 맘에 안 든다고 손수 새로 쌓다시피 하고는
나머지 돌들은 저렇게 마당 한가운데를 줄매어 쌓으며 마당을 층이 지게 (볼륨감있게 ㅎ)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옆집 영감님이 오셔서 '하여튼 돌 만지는 데는 재주가 있다' 고 칭찬인지 모를 말씀을 하고 가셨습니다.
봄이 오고 마당에 식구들이 늘면서 풀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