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5월의 꽃편지
5월입니다.
'봄이 너무 짧다' 고도 하고 '이제 봄이 없다' 고도 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어딜 가도 꽃이 가득한 봄이지요.
마당에 있는 시간이 즐겁고, 어딘가로 날아가도 딱 좋은 때입니다.
이탈리아로, 제주도로, 울릉도로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는 친구들을 보며 저 역시 날아가고 싶지만....
당분간 먼 나들이는 잠시 접어두고 하루 나들이를 했습니다.
그 하루 나들이에서의 작은 이야기 하나를 5월의 꽃편지에 담았습니다.
종일 아기자기한 골목들과 예쁜 가게들을 돌아다니다가 피곤하여 카페에 들어갔지요.
죽단화가 이렇게 예쁘게 핀 골목을 꺾어 들어간 동네 안의 작은 카페였지요.
들어서다가 '배 고픈데 커피를?...' 하며 주춤거리는데 맞춤하게 메뉴판의 단호박 스프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래서 단호박 스프, 들깨 스프, 말차 라떼 하나씩을 주문하고
누군가가 "커피도먹고 싶다!"고 해서 아메리카노 한 잔까지 더하여 주문을 한 후 2층으로 올라가 놀았지요.
잠시 뒤 주인장이 올라왔습니다.
"배 고프다 하시는 것 같아서 먼저 만든 것을 가져왔습니다." 하면서 요렇게 들고 왔지요.
'색깔도, 담아온 센스도 참 예쁘네...' 하면서 먹고 있는데 이내 또 주인장이 올라왔습니다.
들깨 스프를 요렇게 가져다 주었지요.
사실은 점심을 유명 맛집에서 1시간 가까이 줄 서는 즐거움까지 누리며 먹었는데 너무 짜서 후회막급이었지요.
그런데 그 입맛을 다 회복시켜 줄만큼 스프 둘 다 맛있었습니다.
소금과 설탕을 넣지 않은 듯한 향긋한 자연 그대로의 맛이어서 감탄감탄이었습니다.
5분 뒤쯤 말차 라떼를 가지고 온 모습입니다.
차례차례, 그것도 셋이서 다 맛볼 수 있게 가져다 주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와 그 정갈한 맛이라니요!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아메리카노 한 잔은 어떻게 나왔을까요?
유리 주전자에 한 잔이 아닌 세 잔 넉넉한 양을 담아 커피잔 세 개와 떡 한 접시까지 같이 가져 왔지요.
집에 쫓아가서 떡 몇 개 가져와 녹혔다고, 게다가 쑥떡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구요.
올라온 김에 빈 그릇들을 가져가도록 챙겨주는 사이에 그릇이 너무 많아 얼른 이렇게 찍어 보았습니다.
장난삼아 나온 그릇들을 생각해 보니
떡 접시 1개, 잔받침 6개, 유리 주전자 2개를 포함한 크고작은 잔들이 14개, 숟가락과 포크가 3개씩..
한가한 오후 시간 손님이 우리 밖에 없었지만
그렇다 해도 이렇게 정성스레 손님을 맞는 고운 사람이 있다니요.
종일 웃고 떠들고 함께 했던 시간 위에 뿌려진 청량제 같은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돌아오며 나는 사람을 얼만큼 정성을 다해서 대하고 있나 되돌아 보았습니다.
가족과 친구는 너무 편해져서,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은 또 그래서 영혼없이 대할 때가 많지 않을까 반성했지요.
남북의 두 정상도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며 대하고 있음이 보여 행복합니다.
2018년 5월 초하루에 가을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