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재들꽃 카페 초하루꽃편지

바람재들꽃 3월의 꽃편지 - 영화 이야기

가 을 하늘 2017. 3. 1. 22:55

삼월입니다.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말하면 입술에 풀물이 들 것 같듯이

삼월, 삼월, 삼월 이렇게 자꾸 외면 벌써 마음이 따스해지고 꽃빛이 오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광장에 모이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헌법재판소가 곧 탄핵 결정을 내릴 심각한 시국이지만

그 중요한 문제를 정의와 상식이 이기리라는 믿음과 기운에 잠시 맡겨두고

삼월의 들꽃 편지에서는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친구와 나란히 카페에 앉아 수다 떨듯이요.  

 

뜬금없지만 영화 이야기는 어떤가요?

최근 영화보다는 그냥 추억 속 영화들을 꺼내어 나누면요.

 

어떤 영화를 좋아하시나요?

보고나서 마냥 행복해지던 영화를 들라면 제일 먼저 어떤 영화가 떠오르나요?

영화 속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장면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열 번, 스무 번 보아도 질리지 않는 영화도 있나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해리슨 포드가 나온 도망자, 실종자 그리고 다이하드 시리즈 같은 종류입니다.

긴장, 스릴, 정의감, 휴머니즘 등이 있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좀 다르지만 우리나라 영화 중엔 초록물고기, 8월의 크리스마스, 동감(2000작, 김하늘, 유지태 주연) 등이 있지요.

 

그런데 영화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전 그 어떤 영화보다도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존 애브넛 감독,1992년작)'를 말하고 싶답니다.

영화를 보고 이렇게 행복해질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아마도 처음으로 알게 된 영화였지요.

'옛날엔 여기에 큰 호수가 있었대. 어느날 오리떼가 가득 내려 앉았는데 그 오리떼가 날아오르는 순간 

그만 그 호수가 꽁꽁 얼어붙었어. 얼음을 매단 채 오리떼가 날아갔지...

그래서 그 호수가 지금 조지아주에 있대....'라는 영화 속의 이야기는 언제 떠올려도 즐거워집니다.

페미니즘, 인권, 평등, 우정....  그런 것들을 담고 있는 따뜻한 영화여서 영화를 본 분들과는 언제든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요.

 

인디언 섬머(이미연, 박신양 출연. 2001년 작)라는 영화도 있었지요.

북아메리카에는 늦가을에 일 주일쯤 따가운 여름햇살이 쏟아지는 날씨가 있다는데 그걸 인디언 섬머라고 한다고...

남편 살해범으로 의심받는 사람과 그녀를 구하기 위해 애쓰는 변호사 박신양의 사랑은 삶의 끝자락에 빛나는 인디언 섬머이지요.

저승에 가기 전 마지막 들러는, 이승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만을 기억하게 해주는 곳이 있다고.... 

나는 그 한 순간이 없어서 어쩌나 했는데 이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미연은 마지막에 말하지요.

영화의 제목과 그 대사가 전 어느 순간 잊히지 않게 되었답니다.

 

밀애(변영주 감독, 김윤진 이종원 주연, 2002년 작)는 많이 야한 영화이지만 그 장면들보다 마지막 대사가 더 기억나지요.

사고로 연인을 잃고 혼자 깨어난 미흔(김윤진)은 집을 떠나 일용직 일을 하고 빵으로 허기를 떼우는 생활을 하지만

'나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나 자신이 더욱 살아있다고 느낀다.... 삶의 활력은 불행으로부터 시작된다...' 라고 독백을 하지요.

그러고 보면 이 영화에도 페미니즘적 요소가 다분하네요.

 

친구와 마주앉아 방금 같이 보고나온 영화나 또는 오래 전 인상깊었던 영화 이야기를 나눈다면 참 행복하겠지요?

때로는 멀리서 따로, 같은 영화를 같은 시간에 보고 전화로 수다를 떨 수도 있답니다.

 

참 열 번, 스무 번을 보아도 지루하지 않은 영화는요.

전 '쇼생크탈출'과 '캠퍼스군단(1991년작, 다니엘 페트리 주니어 감독)'을 말하고 싶습니다.

캠퍼스군단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 달 꼼짝없이 누워 지내야 했던 힘든 시간에 보고 또 보았지만 볼 때마다 놓쳤던 섬세한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오는 영화이지요.

 

저 혼자 너무 길게 수다를 떨었나요?

이 편지를 받는 들꽃님이 웃으며 이야기 들어주고 계시네요. 이제 들꽃님 차례입니다.

 

    2017년 삼월 초하루.  가을하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