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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知音- 5편 벗과 마주앉아 침향무를 뜯다.

가 을 하늘 2016. 12. 6. 23:13


가야금 공부를 다시 시작 한 지난 1년간은  

나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기도 했다.

30년이 훌쩍 넘은 세월에 모든 것이 달라졌는데도

언제든지 시작만하면 몇개월 안에

옛실력을 되찾을 수 있다고 자신하며 살아왔다는거였다.

그런데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그 슬픔이란... ㅠㅠ

그래도 운이 좋은 나는 실력있고 인간성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

무척이나 덥던 지난 여름....

생각대로 소리가 나지않아서 몹시도 애 태우고

온도에도, 습기에도 

음이 제멋대로 변하는 가야금줄은 정말 나를 힘들게 했다.


1년간 오직 침향무만 뜯고 또 뜯었다.

겨우 소리가 나고 마음이 담긴다.

아직 경지에 오르려면 까마득하지만 말이다.


일년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11월에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 해 주는 친구가 멀리 안동에서 날 부른다.

이동하기도 힘든 가야금을 메고 친구를 찾아갔다.

서로 잠 못 이루어가며 애타게  기다린 그 날. 


친구집은 잘 가꾼 아름다운 한옥인데

친구가 하는 말이 "혼자 듣긴 너무 아까워서 누군가 같이 듣고 싶다"며

가까운 봉화 바래미 마을에 가자한다.

나를 예술가로 대접해 주는 친구의 마음에 감동 또 감동.


이쁜 마을길이 있으니 같이 걷고 싶다고 자주 말했던 곳이다.

고즈늑한 바래미마을 그중 제일 큰집에 들어갔다.

친구랑 안면이 있는 고운 인상의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준다.

그런데 그날이 김장하는 날이라 주인아주머니는 무척 바빳다.

그 바쁜중에도 따끈한 차를 내어 주셨다.


그 집에서 가야금연주는 포기하고...

우린 그냥 마을길을 오래 걸았다.

기와와 창틀과 마당이 아름다운 한옥들을 구경하며...

눈이 내렸다. 첫눈이....조용조용 이뿌게....


지난 여름날에 친구랑 같이 손톱에 봉숭아 물 들이며

첫눈이 내릴 때 까지

봉숭아 물이 손톱에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날지도 모른다며 설레어했지...ㅎ

손톱끝에 조금 남아있는 봉숭아물 흔적을 보니 첫눈이 더 반가웠다.


해질녘 눈이 꽤 많이 내려 길이 미끄러웠다.

조심 조심 집으로 돌아와

멋진 한옥 마루에서

가야금을 꺼내어 조율하며 몇번 줄을 뜯어보니 큰일이닷!

눈이 내려 습기가 많은 관계로 어제와는 다른 둔탁한 소리가 난다.

어제까지는 맑고 청아한 소리가 났었는데...


주변 정리를 마친 친구가 들을 준비가 되었다며

마주 앉는다.

가슴 떨리는 순간이다.

친구의 심장쪽으로 손을 펼쳐 마음 한줄 끌고 와

내 가야금에 걸었다.


친구 앞에서 첫 연주

......침......향.......무......

연주가 끝나니 친구는 무지 크게 감동해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 知 音.....

우린 서로 백아와 종자기가 된 순간이다.

내게 있어 이 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어디있겠는가?



출처 : 해싸리
글쓴이 : 해싸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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