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마늘을 심다

가 을 하늘 2016. 12. 6. 11:45

일요일 저녁에 마늘을 심다.

벌써 두 해나 마늘 농사를 지었는데도 그저께는 마늘을 심는 것이 너무나 낯설었다.

아마 많이 추워진 날씨 탓인가 보다.

고추를 따고 마른 채로 서 있던 고춧대를 다 뽑아내고, 풀이 무성한 밭을 삽질로 갈아 엎고, 흙 고르고, 검정 비닐까지 씌워놓은

그 전장의 ㄴㅁㄲ의 수고들이 정말 만만찮은데도

추위에 잼병인 나는 굵은 쇠막대기로 마늘을 넣을 구멍을 내고 있는 옆에서

2접(200통) 마늘을 하나하나 쪽을 나누어 한 개씩 구멍에 넣으면서 내내 불평이다.

이걸 언제 다 하냐고...    강제 노동이 따로 없다고... 

도대체 구멍이 몇 개냐고...  구멍을 좀 똑바로 뚫으라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후원 조명등까지 밝히고,

밤되니 추워 전날 집회장에서 얻은 핫팩까지 목에 붙이고,

5센티미터 간격으로 뚫은 구멍은 6쪽 마늘이라 하여도 1200개의 구멍은 될터이니....

왼손에 한 주먹 마늘을 쥐고 한 구멍에 한 개씩 넣다가 돌아서면 어느 구멍까지 넣었는지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더구나 구멍이 똑바르지 않은 경우는 넣은 줄과 안 넣은 줄이 섞이게 되고

당연히 때론 두 쪽씩 들어간 줄도, 또 안 들어간 줄도 생기고

또 넣던 곳에 딴에는 표시를 하고 자리를 뜨지만 옆에선 그 표시가 그 표시인 줄 모르고 치우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내내 투덜투덜에 깔깔낄낄거리면서 일을 하다.


적당한 깊이로 들어갔는지,

때론 떨어진 녀석이 아래 위가 바뀌어 거꾸로 꼴아박힌 놈은 나중에 어떻게 자랄지...

두 개씩 들어간 곳에선 마늘 두 통이 달리면 어떻게 될지...


마늘 농사를 짓기 전엔 마늘이 어떻게 시작되어 자라는지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다.

두 해 마늘을 넣고 수확하면서도 일에 밀려 했나보다.

구멍에 마늘 한 쪽을 넣으면 그게 나중에 한 통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