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심다
일요일 저녁에 마늘을 심다.
벌써 두 해나 마늘 농사를 지었는데도 그저께는 마늘을 심는 것이 너무나 낯설었다.
아마 많이 추워진 날씨 탓인가 보다.
고추를 따고 마른 채로 서 있던 고춧대를 다 뽑아내고, 풀이 무성한 밭을 삽질로 갈아 엎고, 흙 고르고, 검정 비닐까지 씌워놓은
그 전장의 ㄴㅁㄲ의 수고들이 정말 만만찮은데도
추위에 잼병인 나는 굵은 쇠막대기로 마늘을 넣을 구멍을 내고 있는 옆에서
2접(200통) 마늘을 하나하나 쪽을 나누어 한 개씩 구멍에 넣으면서 내내 불평이다.
이걸 언제 다 하냐고... 강제 노동이 따로 없다고...
도대체 구멍이 몇 개냐고... 구멍을 좀 똑바로 뚫으라고...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후원 조명등까지 밝히고,
밤되니 추워 전날 집회장에서 얻은 핫팩까지 목에 붙이고,
5센티미터 간격으로 뚫은 구멍은 6쪽 마늘이라 하여도 1200개의 구멍은 될터이니....
왼손에 한 주먹 마늘을 쥐고 한 구멍에 한 개씩 넣다가 돌아서면 어느 구멍까지 넣었는지 헷갈리기 십상이었다.
더구나 구멍이 똑바르지 않은 경우는 넣은 줄과 안 넣은 줄이 섞이게 되고
당연히 때론 두 쪽씩 들어간 줄도, 또 안 들어간 줄도 생기고
또 넣던 곳에 딴에는 표시를 하고 자리를 뜨지만 옆에선 그 표시가 그 표시인 줄 모르고 치우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내내 투덜투덜에 깔깔낄낄거리면서 일을 하다.
적당한 깊이로 들어갔는지,
때론 떨어진 녀석이 아래 위가 바뀌어 거꾸로 꼴아박힌 놈은 나중에 어떻게 자랄지...
두 개씩 들어간 곳에선 마늘 두 통이 달리면 어떻게 될지...
마늘 농사를 짓기 전엔 마늘이 어떻게 시작되어 자라는지 상상을 해 본 적이 없다.
두 해 마늘을 넣고 수확하면서도 일에 밀려 했나보다.
구멍에 마늘 한 쪽을 넣으면 그게 나중에 한 통이 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