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는 풍경
모두들 우울할 때 사소하지만 평화로운 이야길 했으면....
하고서 찍었는데 딱 마음에 드는 귀여운 사진도 못 건졌고,
또 볼수록 우울하고 분통 터지는 소식들 속에서 같이 기운 빠져 미루다가.... 이제 올립니다.
(얄)진이와 (깜)장이와 (흰)둥이입니다.
이름 듣고 때깔만 보아도 어느 녀석이 어느 녀석인지 아시겠지요?
유기견 두 마리(단이와 랑이)를 키우다 보니 비어 있는 앞집 주변에 사는 길고양이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되고,
겨우 곁을 내어주던 녀석이 갑자기 사라지자 맘이 짠해서 대신 한 달 된 얄진이를 얻어 온 이야기는 아시구요.
얄진이에게 한 번은 엄마가 되게 해야겠다..했던 게 현관 안 신발장 속에 아기 고양이가 태어나게 되어버려 그것도 자랑했지요.
그런데 사실 그때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고양이를 분양해 갈 사람은 없고,
곧 또 이 녀석들이 새끼를 낳기 시작하면.... 하는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지요.
그런데 우여곡절을 겪으며....
두 마리는 친구가 되시는 두 분 신부님들이 제 고민을 덜어주려고 데려 가시고(결국 길고양이가 되어 버렸지만 ㅠㅠ),
암놈이면 수술시키려고 잡다가 손가락 깨물릴 뻔하고 난리가 나고....
결국 우짜지? 우짜지? 하다 보니 천만다행히도 이제 8개월이 지났는데도 두 녀석 다 배가 안 불러오니.....
그때부터 고양이 세 마리가 있는 풍경이 평화롭게 보입니다.
그제서야 저도 정 들여도 되겠다 싶어 두 녀석의 이름을 지어주고 조금씩 살갑게 대해 주고 있습니다.
아직도 장이와 둥이는 만져 보지도 못 했지만 이제 반경 2,3M 안까지 오지요.
세 마리가 어울려 다니지만 단이, 랑이를 풀어놓는 날엔 얄진이는 다시 엄마가 됩니다.
얄진이처럼 덩치가 커진, 게다가 숫놈인 두 마리는 어미 뒤 구석에 숨고 얄진이는 납작 엎드려 단이와 랑이를 주시하다가
가까이 오면 허리를 높다랗게 구부리고 노려 보다가 크악 하며 번개처럼 공격하지요.
그러면 단이나 랑이는 개가 아니라 고양이 앞의 쥐가 되어 도망갑니다.
그런데 그 위대한 엄마인 얄진이도 저녁 시간이 되면 실내에 들어오려고 보채지요.
석 달을 집안에서 살았던 유년기의 기억으로 너무나 간절하게 ....
안 돼! 하다가도 그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문을 열어주게 됩니다. 대신 딱 현관 안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