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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일년에 하루는!

가 을 하늘 2012. 5. 18. 09:36

언젠가 일년에 하루는 함께 보내는 친구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지요.

둘 다 수다가 많지 않아 전화도 아주 가끔씩 하지만 늘 마음에 힘이 되는,

그래서 잠깐 어쩌다 보는 것 말고 '우리 1년에 하루는 우리 둘만 어디든 가자!' 그렇게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구요.

 

날짜를 정하고 친구를 만날 생각으로 지내던 그 며칠 앞서 만난 시가 있습니다.

함석헌 선생님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의 귀절입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시를 읽고 친구를 생각하며 마음이 푸근했습니다.

 

남편이 마당에 가마솥을 걸던 날, 그래서 저는 친구와 올해는 김천의 청암사를 갔습니다.

대학교 다닐 때였는지 둘이서 현충일날 갔다가 산딸기를 무지 많이 따먹었던 기억이 늘 마음에 있어서입니다.

버스 타고 구비구비 돌아갔던 기억처럼 김천에서도 꽤 걸렸습니다.

절은 기억 속에서보다 훨씬 더 규모가 커지고 단장도 되었지만

몇 시간을 거기 있어도 사람을 몇 볼 수 없어

그 아늑한 공간이 여전히 우리 것으로 있는 것이 고마웠습니다.

 

 

 

신기한 건 5월 12일인데도 목련이 아직도 한가득 잎과 함께 꽃들을 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자목련이 조금 늦긴 하지만 꽃이 지면서 새잎이 나기 시작해 잎이 무성할 때면 꽃의 흔적을 볼 수 없는 것이 목련이라고 생각했는데

꽃도 잎도 이렇게 풍성한 자목련이 청암사에 있었습니다.

혹 보통 자목련과 종류가 다른 걸까? 하고 둘이서 궁금해 했습니다.

 

 

 

1년을 살아온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저기 있으니 더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너무나 열심히 온몸으로 사는 친구가 내내 건강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