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실직고 - 바보 가을하늘!
여행 후기로 이실직고할 일이 있습니다.
바보같은 일이어서 ㄴㅁㄲ에게만 이야기를 하고는 웃고 말았지만,
일행들과 다음 여행 갈 때나 털어놓아야지 하다가 가벼운 입을 못 참고는....
여행이 여행사에 일임한 게 아니어서 현지 여행사에 주어야 할 1인당 815달러를 각자가 환전을 해서 갖고 갔지요.
그런데 일행 중에 농협에서 환전을 하신 분이 헌 돈이 일부 섞인 100달러짜리를 가져와서
중국에서 안 받겠다고 하는 바람에 저를 비롯한 두세 사람이 환전해간 중국 돈 위안화를 대신 내어주고는
그 100달러를 대신 받아 넣어 두었지요.
사건이 거기서 부터입니다.
여행 마지막날 어쩌다 지갑을 열어보니
당근 제 지갑에 있어야 할 100달러 1장이 없었답니다.
이상하다!
잘 넣어둔 것 같은데 100달러 짜리는 없고 팁으로 쓰려고 바꾸어 간 1달러짜리만 소복했지요.
혼자서 이상하다 하고 찾다 가만 생각해 보니
호텔 방에 아침마다 놓아둔 1달러짜리랑, 첫날 캐리어 옮겨준 총각에게 준 1달러,
누군가에게 빌려 준 1달러 짜리 2장 등등을 따져보니 오히려 1달러짜리가 더 많이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애구, 몬 살아! 바보야!!!!
아매도 카메라 저장 칩을 호텔방에 놓아두었다 돌려받은 그 날
그 방에 놓아둔 팁이 1달러가 아니고 100달러였구나! 하고 깨달았지요.
가슴이 쓰려서 옆에 앉은 아들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근데 잠시 생각하니
그 100달러 팁을 받은 사람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지요.
스스로 위안을 하길...
하느님은 필요한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주시는 분이시니,
그 사람에게 꼭 필요한 돈이었나 보다.
그리 생각하니 100달러는 10만원 조금 더 되는 돈인데
마치 100만원을 놓고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요.
아마 그 돈을 가지게 된 그 중국 청소부 아주머니에게는 100만원 정도의 크기로 느껴졌을 터이니까요.
그래서 돌아와 ㄴㅁㄲ에게 이야기하니
당신 인생에서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했네! 했지요.
간 작은 제가 절대 하지 못 할 짓을 했다구요! 그래서 웃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돈이 진짜 위조지폐일 수도 있다 해서 조금 염려 됩니다.
100달러 짜리를 주머니에 넣고 가슴이 콩닥거렸을 사람에게
만약 그게 위조지폐였다면 도리어 얼마나 실망하게 했을지....
사람에 대한 배신감까지 느끼지 않았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