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언제부터 언제까지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인 에어>를 읽고나서 오랫동안 소설 속의 제인 에어를 참 좋아했습니다.
누군가를 또는 작품 속의 어떤 사람을 사랑하거나 좋아한다면 그건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내가 가지지 않은, 내가 될 수 없는 그 어떤 이상적이거나 끌리는 본성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내게도 있는 그 무언가를 가진 듯해서, 나도 애쓰면 그리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하는 것이지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의 니나는 내겐 전자의 가장 대표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작품 속의 니나만이 아니라 니나같은 한 친구를 아주 많이 좋아했었지요.
'제인 에어'의 주인공은 내 기억 속에선 후자였던 것 같습니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 하는 일종의 내 삶의 모델같은.....
그 제인 에어를 어느 순간부터 까마득히 잊고 지냈는데
세 번째로 만들어진 영화 제인 에어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꼭 가보고 싶었지요.
관객이 많을 영화는 아니어서 한 주 정도, 그것도 하루에 한두 번 어중간한 시간대의 상영이어서
간신히 영화를 내리기 전 일요일 낮에 혼자서 가 보았습니다.
여덟 명 정도의 관객 속에 끼어 내가 좋아했던 제인 에어에게 푹 빠졌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일어서고 싶지 않았지만 정리요원이 들어와서 떡 버티고 있는 바람에 일어나야 했지요.
영화 속의 제인 에어는 소설 속에서 묘사했던 것처럼 빼어난 미인은 아닌,
외롭고 아름답고 깊은 영혼을 가진, 용기있고, 자신에게 진실하고 강한 바로 그 제인 에어였습니다.
근자에 본 어떤 영화보다도 마음에 드는 영화였지요.
애구, 그런데 영화 보고와서 제인 에어에 대해서가 아니라 제게 대해 자꾸자구 생각합니다.
왜 제인 에어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는지, 어떤 것에서 동일시 할 수 있었는지...
제인 에어는 거기 그대로 있는데 나는 지금 어떤 마음,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내 영혼은 왜 평화롭지 못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