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동민 여러분! - ㄴㅁㄲ의 근황입니다.

가 을 하늘 2010. 1. 14. 20:51

오늘 아침 식사 후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는 ㄴㅁㄲ이 말했습니다.

- 동민 여러분! 여러분은 오늘 선반 하나가 완성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 하구요. ㅎ

 

ㄴㅁㄲ은 지금 목공에 빠졌습니다.

창고(목공실)를 새로 짓고는 그 안을 깔끔하니 정리를 하더니 방학 들면서부터 목공실에서 살고 있습니다.

무엇인가에 빠지면 집중력이 끝내주는 이 사람을 보고 있으면 웃길 때가 많습니다.

며칠 전엔 욕실에서 나와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걸 모르는 폼이었지요.....

샤워 하면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한 게 틀림없습니다. 오직 한 가지 생각이 콱 들어 있는 것이지요.

컴퓨터 앞에 마주앉아 있는 동안도 바람재에 들어갈 여가가 없습니다.

사궤맞춤인지 뭐를 공부하더니, 그 다음 진도를 나가나 봅니다.

게다가 필요한 연장을 인터넷 주문(이런 거 하면 헤매지요)하느라 바람재의 새소식을 전해 주어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립니다.

밥 먹으며 대화도 안 되지요. 밥 먹는 동안엔 다음 작업에 대한 잔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막 들리니까요.

오늘 아침엔 밥 먹고 마주앉아 커피 한 잔도 채 마시기 전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더니 점심 땐 아예 내가 수저를 놓기도 전에

본드가 어찌된다나 하면서 목공실로 날아갔습니다.

 

이 사람의 하루는 너무나 단순합니다. 

하루 세 끼 밥 먹고, (사진 찍으러 가는 날엔 2시 정도까지 장바닥을 다니고),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오직 한 가지만 합니다.

씨잘데기 없는 일들이 끝없는 나는 그래서 심통이 날 때가 있지요.

 

동민 여러분! - 이라고 공고까지 했으니 오늘은 사진 찍으러 제가 목공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사궤맞춤이란 것이 무엔지... 저걸 붙들고 벌써 여러 날을 씨름하고 있습니다.

 

 

다듬고 있는 것 말고 한쪽 구석에 이런 녀석도 서 있습니다. 한쪽 기둥이 문제가 생겼나 봅니다.

다 되어갈 때 한쪽이 뚝 부러지면 그 순간 얼마나 마음이 아렸을지, 또 저렇게 붙들어 매기까지 얼마나 머릴 굴렸을지 안 보아도 압니다.

 

 

 

 

제대로 들어 갔나 봅니다.

 

 

 

드디어 완성입니다.

 

 

선반이 들어가기 전과 들어간 후의 모습입니다. 

다 만들곤 지칠 만도 한데 그예 저 잡동사니들을 다 꺼내고 선반을 집어넣고는 정리까지 다 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하지 말고 쉽게 하지.... 전문가인 우포님도 본드 사용하고 못도 사용한다고 하두만... 했더니

나는 배우는 중이잖아. 그리고 책에 나오는 대로 힘들게 해보아서 되면 재밌잖아.... 그럽니다. 못 말리지요.

 

 

 

목공실 창문으로 내다본 모습입니다.

대문 밖 논밭과 고샅길에도, 대문 안 마당에도 아직 눈이 가득합니다.  

동네분들은 겨울날엔 어느 한집에 모여 고스톱을 친다고 합니다.

시골 삶은 겨울이 참 한가로움을 몸으로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