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의 우리-한 하루 (2탄)
우리-한 하루는 이틀을 지나 사흘로, 어쩌면 나흘까지 갈지도 모릅니다.
추석날 저녁에 엄마 얼굴만 뵙고 와서는 이틀 연휴 동안 대공사를 했습니다.
기원이에게 일당(?)을 주었지만 일요일 오전에 아빠 마음엔 반도 안 차게 하고 올라가고 둘이서 이틀 꼬박 밤 12시까지 죽었습니다(!)
언젠가는 '한옥 - 이것이 문제이다!' 또는 '집 짓고자 하시는 분들에게 - 이런 것은 알아 두세요'라는 글을 쓸까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한옥을 지은 것을 후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늘 좋은 것만 보여 주었지요.
누군가 말했습니다. 좋은 집에 사는 것이 거저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구요.
그 이면에 많은 수고와 불편과 또 자세히 보면 보이는 문제점들이 있지요.
정모 때 와서 실망하실까봐 미리 보여 드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희호재를 짓고나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습니다.
그 중 큰 것 하나는 겹처마를 달아낸 부분(여기는 서까래 사이에 흙이 아닌 나무판이지요)인 나무판에 회를 바른 것입니다.
한옥은 몇 십년이 되어도 천정의 회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무 기둥이나 서까래 나무와 그 사이 흙의 신축성이 같지 않기 때문에 여름 겨울을 반복하면서 일부는 떨어지지요.
그래서 한옥을 짓되 편하기 위해 서까래 사이에 개판(흙 대신 나무판)한 곳이 많지요.
그렇지만 그건 흙이나 회가루가 떨어지는 일은 없지만 한옥의 맛을 반감시키게 되지요.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회를 바른 한옥을 짓기로 하였지요.
그런데 누우면 서까래 사이에 하얀 회가 발린 우아한 한옥을 지었지만 .... 나무판에까지 회를 바른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사 온 다음날 집들이 할 때 부엌 천정의 회가 국솥으로 덩어리채 떨어지면서부터 문제인 것을 알았지요.
그때라도 제대로 손을 보았어야 했는데 핸디코트인지 뭔지를 바른 것이 또 문제였구요.
떨어지는 상태에 덧발라 놓은 것은 일부는 붙어 있지만 일부는 아니지요.
그래서 저는 다용도실이나 화장대 위에 아주 작은 회가루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이 제일 큰 스트레스였습니다.
그걸로 힘들어 하니 손보아 주겠다고 하면서도 다른 일이 많아 미루다가 결국 어제 아레 이틀을 꼬박 거기에 쏟아붓고도 아직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서까래 사이가 원래의 처마 아래에 달아낸 겹처마 부분으로 나무판인데 거기에 회를 바른 것입니다.
보이는 곳은 다용도실이지요.
흙을 바른 곳도 겨울에 지은 집이어서 그런지, 미장의 문제인지 흙과 회가 떨어진 부분들이 이렇게 보입니다.
부엌 천정입니다. 핸디코트가 오히려 일을 무지 어렵게 했지요. 일부는 떨어져 내려 문제지만 떼낼려고 하니 잘 안 떨어져서 망치까지....
어제, 아레 이틀 집이 어땠을지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요? 이렇게 되기까지 회가루들이 온집안의 모든 물건에, 심지어 내 안경까지 하얗게 만들어 버렸으니 아이고 두야! 말해 무엇할까요?
손 보는 김에 거실 쪽 회가 떨어진 부분도 손 보고 있습니다.
아레 저녁 10시인데 집은 그대로 난장판이지요. 어제 밤 12시에는 이보다 더 했습니다. 어제 공사가 더 힘이 들어서....
손을 다 보고난 다용도실입니다. 오늘 저녁에 수성페인트 칠을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부엌 천정은 어제 끝냈습니다.
ㄴㅁㄲ의 실력은 알아주어야 하지요.
미장 전문가를 부르면 후딱 하긴 하겠지만 글쎄요! 언제나 그 뒷일이 더 많았습니다.
청소 대충 하고 씻으려고 하니 12시였지요.
오늘 가서 미세 먼지가 쌓인 싱크대 안과 모든 집안 구석구석과 그리고 모든 물건들을 다 닦아야 합니다.
드레스룸은 공간이 좁고 환기가 어려워 회를 깨트려 내는 일이 ㄴㅁㄲ이 숨도 쉬기 어려운 작업이지요.
그래서 대충 하고 오늘 장판 밑지로 쓰는 한지같은 걸로 바를려고 합니다.
ㄴㅁㄲ은 방진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일하다 중간에 말 시키면 대답을 못 하지요.
뭐 - 산에 올라갈 때 더이상 오를 수 없는 지경이 된, 숨이 턱에 찼을 그때에 언놈이 말시키면 어떻겠냐고 제게 한숨 돌리고 나서 말했습니다.
스스로 말했습니다. '전천후 노가다'라고!
온종일 매달려 일하는데 저는 나무에 묻은 페인트 좀 닦으라 해서 팔 들고 닦아보니 5분도 안 되어 아이고! 소리가 나왔습니다.
천지창조를 거꾸로 매달려 그린 미켈란젤로도 생각났구요!
힘든 만큼 이 집이 더 소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올리면서 어진내님이 말한 '불쌍한 사진'생각도 났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