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 이야기

누마루 2탄 - 아들의 첫 작품 !

가 을 하늘 2009. 8. 4. 23:58

 

누마루는 낮에는 끝내주지만 저녁엔 그리 우아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기(이건 간단히 모기향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요)보다 더 괴로운 게 수없이 날아드는 불나비들입니다.

그래서 꽤 주고 집충등(?)을 사기도 하였지만 쌈박한 방법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아들이 해결을 해주었습니다.

할머니가 보내주신 커다란 모기장을 누마루에 치고는 부자가 들어가 누워 있더니 그 속에서 기원이의 아이디어가 탄생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에 재단을 하고 이렇게 바느질까지 하고 있습니다.

세탁소에 맡기나?, 세탁소에서 해줄까? 고민했는데 마침 외할머니가 와계셔서 다행입니다.

워낙이 느긋한 성격에 어느 세월에 다 할지 걱정이 된 외할머니가 같이 앉아 조손 간에 사이좋게 하였습니다.

그 사이 나는 집 지을 때부터 보급품 담당이라 PVC 파이프를 산다 못을 산다 하면서 시내를 세 번이나 갔다와야 했지요.

아빠는 맡겨놓고 중간 보고만 받고 한두 마디 고쳐주고는 자기 일을 했습니다. 

 

 

오늘 점심 녘에 바느질을 마치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입니다.  

 

 

 

2/3 완성하여 그 안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방충망이 펄럭이는 부분은 저녁에는 해결했지요.

 

저녁엔 서재와 누마루 사이 문도 열어놓고 밝은 전깃불 아래에서 달라드는 녀석들 없이 우아하게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편한 대신 한 가지 불편한 건 있습니다.

누마루에 앉아 물이고, 수박씨고 밖으로 마음대로 던질 수 있는 자유가 없어졌습니다.

누마루 난간에 두 발 얹고 쳐다보는 랑이, 단이 입에도 마음대로 넣어줄 수가 없습니다.

편안함을 얻은 대신 우리가 그 안에 갇히기도 하는 거지요.

조만간 쟉크로 바꾸든 해서 쉽게 올렸다 내렸다 하여 낮엔 내려놓고, 저녁 고기 구워먹을 땐 올리고 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아들의 아이디어와 수고 덕분에 누마루가 실내 공간으로 확실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