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호재에 현판을....
이 현판의 글씨를 기억하시겠지요? (최근 바람재 식구가 되신 분들이 아니라면..)
사랑방에 지난 해 5월 27일 (4229번)에 올린 무루헌주인님의 글 '희호재'가 있습니다.
이곳 희호재로 이사한 후 나무꾼이 보름 동안의 청춘을 바쳐 만든 예쁜 장독대를 만드는 사이 저는 그 과정을 찍어 올렸는데
그것을 본 무루헌주인님께서 희호재 출입문에 현판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일필하여 올려 주셨지요.
그러자 더바님(그때는 善雨님)과 정가네님이 무루헌주인님의 글씨를 서각으로 새기는 과정에 개입(?)하셔서 이 멋진 현판이 만들어지고
여기 희호재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판을 받고 1년이나 지났습니다.
현판을 받자마자 바로 달고 사진을 찍어 올려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 하여서 무루헌주인님께는 늘 마음 한 구석이 미안하였습니다.
사정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이런저런 사연이 있었지요.
2007년 늦가을에 집을 시작하면서 집 이름도 지었습니다.
이름을 짓고나니 현판이 있어야겠다 싶어서 저희가 잘 아는 공산님(그 인연으로 바람재에 가입하셨지요. 아마도?)께 부탁을 하였지요.
글씨를 받을 곳이 없어 고민하였더니 공산님이 아시는 분에게 글자를 받아서 새겨주시기로 하셨구요.
그런데 공산님이 글자를 받고, 새기고 하시는 과정이 생각보다 꽤 오래 걸렸지요.
그 과정에서 무루헌주인님께서 현판을 만들어 보내주셨답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걸고 싶었지만 한편에선 공산님이 수고를 하고 계셨기 때문에 기다려야 했지요.
이사 가고, 집들이도 하고, 무루헌주인님이 쓰신 현판도 오고, 그리고도 여름방학이 되어서야 공산님의 현판은 완성되었습니다.
현판 두 개를 놓고 보니 크기로 보아 공산님의 것을 본체 중앙에 다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지요.
그 날 공산님은 의논을 나눈 후에 직접 달아주고 가셨지요.
(이 사진 허락도 받지 않고 올려서 공산님께 혼나는 건 아닌지....)
그래서 무루헌주인님의 멋진 현판은 아래채에 달기로 하였지요.
그런데 그 즈음 아래채 기초에 문제가 생겨 이리저리 방법을 찾다가 결국 뜯어서 새로 지었지요.
새로 짓고 그 뒷정리하면서 가을이 다 가고, 겨울에 아래채에서 목공일을 하던 나무꾼이 추위 때문에 전기판넬을 걷어내고
새로 구들을 놓으면서 또 겨울이 지나갔지요.
한 가지 일을 하면 그것 밖에 모르는 나무꾼은 현판을 달아야지 하고 노래를 하면서도 한 가지 시작한 일 중간에 잠깐 하면 되는 일도
손을 못 대지요.
그런그런 이유로 이제서야 무루헌주인님의 귀한 선물을 아래채에 달았습니다.
청소하고 나오는 저를 나무꾼이 찍었습니다. 고 바로 위의 사진 한 장도 나무꾼의 카메라 속의 것입니다.....
또 이런 이유로 공산님이 애써 만들어 오시고 달아주신 공산님의 현판도 그래서 자랑을 못 하고 있었지요.
무루헌주인님과 공산님, 두 분께 새로이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새겨주신 이름처럼 기쁘고 아름답게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