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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무꾼의 사진 역사(3탄)
가 을 하늘
2008. 11. 3. 15:54
출근 가방은 들었지만 등에는 언제나 커다란 사진 배낭을 메고 출근을 한 사람은 퇴근길에도 고이 못 오지요.
보현산 일몰 사진을 찍으러 올라가면 두 시간,
봄가을 들판일이 분주할 때면 들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찍느라 깜깜해져야 돌아 왔답니다.
게다가 타작마당 같은 데를 들렀다 오는 날엔 옷이랑 신발은 온통 뽀얀 먼지 구덩이였지요.
그런데 세탁 해대는 일보다 더 힘든 게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오는 길에 뽑아온 그 많은 사진을 몇 시간이나 보고 고르기를....
그러면서 이 사진은 어때? --- 좋아!
조금 있으면 좋아!는 이제 써먹을 수 없는 말이 되지요.
와! 좋다! - 야! 이거 진짜 좋은데! - 응! 정말 잘 찍었네요......
사진 실력이 늘어가면 그에 따라 제 표현력도 늘어가야 되지요.
빛이 정말 예쁘게 잡혔다, 타작마당 같아? 그럼요..., 와, 환상적이다. 등등.
매일 한 시간 이상씩 그렇게 저는 벌을 서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진은 찍을 줄 몰라도 사진 보는 눈은 조금씩 늘었을까요?
눈이 하얗게 온 어느 날 밤엔 난데없이 하회마을 어딘가에 빛이 하나도 없는 곳엘 가서는
뭐 카메라 셔트를 장시간 열어 놓고 무얼 한다고....
저는 그래도 차 속에서 떨었지만
사진 찍는 사람은 추운 것도 더운 것도, 먼지 구덩이도,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지요.
출처 : 바람재 들꽃
글쓴이 : 가을하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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