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1.- 쓸쓸한 불문 (2)
불문의 매력은 '느슨한 구속' 또는 '자유로운 연대감' 같은 것이다.
그래서 한참을 가지 않을 때도 그 끈은 늘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그 끈이 떨어져 버린 느낌이다.
아침부터 마음먹은 대로 작년 9월 이후 세 번째(한 번은 혼자 바람맞고 들어오고, 또 한 번은 어찌어찌해서 등산은 못 하고 차만 타고...)로 1시 반에 복주여중을 가다.
능선님과 시돌님이 못 온 다는 걸 알았을 때 또 한 번 나자신과 실갱이를 해야 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나오겠지 했다. 이산님이 올 수도 있고, 안 오던 청포도가 올 수도 있을거야 하고....
혼자서 복주여중 마당에 있으니까 평소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다. 리기다, 육송, 해송(곰솔), 오엽송 등 소나무 공부를 한참 하였다.
1시 45분이 지났다.
그 사이 이산님처럼 생긴 사람이 왔다가고, 병산님처럼 생긴 사람이 운전하는 차도 왔다갔다.
산에 가기 좋은 철에는 사는 것도 바쁘다더니... 결국은 지지난 주 백설님처럼 혼자다.
산에는 혼자 못 가겠고 강변으로 가서 중간 주차장에 차 세우고 법흥교 밑 바위까지 갔다가 다시 서쪽끝 시점까지 걸어가면서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볕이 따가웠다. 보도블럭도 따끈따끈하고...
그러다가 문득 문규현 신부님, 수경 스님이 생각나서 가슴이 먹먹해지다.
삼보일배 하실 때 세 식구가 가서 세 시간쯤 같이 걸었던 적이 있다. 뒤따르는 사람들은 그냥 세 걸음 걷고 서서 절 한 번 하는 것이었는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지금은 삼보일배도 아니고 오체투지를 하고 계시니, 강변도 아닌 대형트럭이 옆으로 지나가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가슴과 이마까지 온몸을 엎드렸다가 일어나시길 반복하고 계신다.
10월 놀토쯤 하루를 문규현 신부님 그 뒷꽁무니쯤에서 걸으면서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하고 공상하다.
강변의 그 너른 축구장, 야구장, 게이트볼장까지 빙 둘러 다 접수하고 차로 오니 1시간 40분이나 걸렸다.
오랫만에 혹사당한 내 다리가 차가 저만큼 보일 때쯤에는 마비가 올려고 하여 얼마나 운동을 안 했는지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
오늘은 안동 시민이 다 바쁜가보다. 강변에서 걷는 동안 지나간 사람은 세 사람 뿐이다.
오늘 혼자라도 걸은 이유는 다음 주에도 불문에 꼭 오겠다는 다짐이었지만 모르겠다.....
시돌님처럼 나도 증거를 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