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짓는 모습<스무번째> - 마루재, 욕실집기, 싱크대 설치
오랫만에 사진을 올립니다.
2월 2일에 열아홉번째 글을 올리고 한 달이 꼬박 지났습니다.
그 한 달 사이 컴퓨터 앞에 얌전히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이 많은 일들이 지나갔습니다.
아직도 집에는 손 댈 부분들이 있지만 이제 조금 짬이 나서 비록 지나간 사진이지만 올립니다.
완성된 집으로 이사와서 살면서 집 짓는 과정의 사진들을 올리려니 조금 이상하지만 어쨌던 시작한 일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물론 저자신에게도 자료나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마무리 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 같아서입니다.
바닥에 바른 황토가 마르면서 갈라져서(갈라지는 것은 당근이지만) 메꾸고, 메꾸고 하면서 이삼일 말리면 될 줄 알았던 바닥을 말리는데 한 열흘 정도(시멘트는 이틀이면 되지만 겨울날의 황토 마감재는 많이 애먹였지요) 걸린 후 원목마루를 깔았습니다.
플라스틱이 섞인 강화마루에 비하여 나무로 된 원목마루는 시공비가 배 정도 들고, 물 묻으면 안 좋아 물걸레질도 편하지 않고(그런데 이사 온 후 물걸레질합니다. 수명이 조금 짧아져도 안 닦을 수가 없어서요), 또 무얼 떨어뜨리면 그대로 흠이 나지만 강화마루보다 열전도율이 좋고 덜 딱딱하여 느낌이 좋지요.
바닥이 된 후 싱크대가 들어오고, 목욕탕 집기들이 들어온 사진입니다.
변기 오른쪽에 공간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사용상은 불편이 없습니다. 월풀까지 달린 침실의 이 욕실과 거실쪽의 도자기 페인팅 작업을 한 타일을 돌려놓은 욕실이 분위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싱크대를 거는데 세 사람의 장정이 꼬박 하루를 수고하였습니다. 부엌 천정 높이가 조금 낮게 나와 아래 윗장 사이가 조금 좁아졌지만 윗장을 사용하기엔 더 편해졌습니다.
큰방의 벽쪽으로 책장과 선반이 짜맞추어 들어오고 있습니다. 100개가 넘는 문을 만드신 문공장 사장님께서 헌나무로 식탁을 만들어주시고 책장과 문골 밑의 수납 공간까지 서비스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사 후 그 책장 앞에 골동품 가게에 한 번 갔다가 반해서 예약해둔 몇 십년된 헌 집 마루 뜯어낸 나무로 만든 큰 책상을 놓았습니다. 그 책상에는 신의를 지킬 줄 아는 골동품 가게 할아버지에 대한 기분좋은 기억까지 얹혀서 왔습니다. 우리가 다른 것 사면서 말로만 예약해 둔 물건을 집이 늦어져 두 달이 넘게 소식이 없어도 그것을 많이 탐내어 여러 번 사정하는 사람에게 팔지 않고 기다려 주었지요.
신기하게도 잊고 있다가 아차 싶어 전화를 한 바로 그 날 밤에 마침 그동안 사고싶어 했던 사람이 오늘까정 연락 없으면 가져가야지 하고 들렀다가 전화가 와서 이제 진짜 못 판다는 말을 할아버지에게 듣고는 못내 아쉬워 하면서 그 할아버지와 술 한 잔 하고는 전화했지요. "옛날 물건은 귀신(혼)이 있어 주인이 따로 있지요" 하구요. 그래서 더욱 애착이 가는 물건이 되었습니다.